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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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신자가 삼보(三寶)께 올리는 큰절을 오체투지(五體投地) 라고 한다. 삼보란 불보(佛寶)ㆍ법보(法寶)ㆍ승보(僧寶)이니 불보는 불타(佛陀)요 법보는 불타의 교법(敎法)이며 승보는 교법대로 수행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 부처와 불경, 승려다.


사진예술가 장영식은 가로되 "오체투지는 마음은 하늘을 품되 몸은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절박한 기도이며 실천의 표현"이라 하였다. 또한 동국대 교수 김선근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과 삼보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최고의 공경법"이라 일컬었다.

그러므로 오체투지는 자신을 무한히 낮추어 불ㆍ법ㆍ승 삼보에게 극진히 존경을 표하는 방법이다. 중생이 빠지기 쉬운 교만을 떨치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뜻이 담겼다. 인간은 업보적 존재라, 매일 업(業)을 짓고 그 업의 보(報)와 과(果)를 받으면서 살아가느니.


또한 오체투지는 티베트 불가의 수행법으로 밀법의 수승하고 신비한 에너지를 성취시키는 수단으로 심신의 이완과 치유, 선의 경지를 체험하게 한다. 매일 아침 30분씩 오체투지를 하면 정신이 집중되고 영감으로 충만해 몸과 세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오체투지는 우리에게 즉각 삼보일배를 떠올리게 만든다. 삼보일배는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불교의 수행법이다. 여기 여러 뜻이 깃들었으니 삼보에 귀의함과 아울러 탐ㆍ진ㆍ치(貪ㆍ瞋ㆍ癡)의 삼독(三毒), 즉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끊고자 함이다.


즉 1보에 불, 2보에 법, 3보에 승에 귀의한다는 뜻을 담았다. 1보에 이기심과 탐욕을, 2보에 속세에 더럽혀진 진심을, 3보에 치심을 멸한다는 뜻도 있다. 삼보일배의 수행은 업을 뉘우치고 깨달음을 얻어 뭇 생명을 돕겠다는 서원을 대신한다.


 오체투지할 때는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다섯 부분이 바닥에 닿는다. 이때 무릎이 가장 먼저 땅에 닿는다. 합장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합장을 풀어 오른손으로 땅을 짚은 후 왼손과 이마를 땅에 댄다. 그리고 손을 뒤집어 손바닥으로 부처를 받드는 동작을 한다.


그런데 이 땅의 역사 속에 오체투지와 삼보일배는 절대악이나 성벽과 같은 인습, 권력의 부당함, 기득권의 폭력에 맞서는 가장 거룩하고도 평화로운 무기가 되었다. 야만에 맞선 인간의 가장 숭고한 행위. 야만에 굴복함이 아니라 극진한 진심으로써 스스로 거룩해지는 일!


 불교 수행법으로만 알려진 삼보일배는 2003년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해 3월 28일부터 65일 동안 새만금간척지사업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생명 파괴를 막기 위해 불교ㆍ천주교ㆍ원불교 등 종교계가 합동으로 삼보일배 수행을 하였다.


2015년 5월 7일에는 쌍용차, 기륭전자,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싸늘한 대지 위를 힘겹게 나아간다. 오체투지 삼보일배…. 장영식은 그들에게서 "모진 세월을 살아가는 노동자와 민중의 역동적이면서도 가장 처절한 절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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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로 향하던 오체투지단의 삼보일배 행진은 경찰에 가로막혔다. 걸어서는 갈 수 있지만 오체투지 삼보일배로는 못 간다고 했다. 이 처절한 평화의 행진이 왜 그들을 그토록 두렵게 했는지, 그 이듬해 광장을 밝힌 촛불을 보고 알았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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