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파리바게뜨 고용부 상대 가처분 소송 각하
가맹점주 탄원서·제빵사 직고용 반대 입장 표명에도 '공공복리' 고려 안해
12월5일까지 직고용 안하면 사법조치·530억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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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고용노동부의 제빵사 직접고용 지시로 가맹점의(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점주와 제빵사 간 관계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1000여명의 가맹점주는 차라리 직접 빵을 굽겠다고 나서고 있을 만큼 절박한 상황입니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의 운명이 결국 고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와 '현실적으로 직고용은 힘들다'는 파리바게뜨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진 가운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제빵사와 가맹점주들이 잇따라 '직고용 반대' 뜻을 밝혔지만, 결국 법원은 '정부' 손을 들어줬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내세운 고용부의 '명분'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로 맞선 파리바게뜨의 '실리'가 정면 충돌한 상황에서 재판부는 '공공복리'보다 '새정부의 노동정책 존중' 기조를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28일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를 상대로 "시정명령 효력을 중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로부터 제빵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에 '집행정지 신청'(가처분소송)과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 소송'(본안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파리바게뜨 제빵사를 고용하고 있는 협력업체가 낸 체불임금 관련 시정지시 취소 청구소송 집행정지 신청도 마찬가지로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파리바게뜨가 패소하면서 가맹본부 SPC는 다음달 5일까지 제빵사를 직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만약 시행하지 않으면 사법처리는 물론 인당 1000만원 등 총 530억원 상당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는 지난해 한 해 파리바게뜨가 거둔 영업이익(665억원)의 80%에 달한는 금액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시정명령 기한이 끝나기 1주일 전 행정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각하된 날(11월28일)로부터 1주일간 연장된 것으로 본다"며 "그때까지 직접고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행상황 등을 점검해 (고용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직고용 1차 판결]망연자실한 '乙' 가맹점주·제빵사 "본사 소속 싫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에 따라 직접 이해당사자인 제빵사와 가맹점주들은 더욱 혼란을 겪게 됐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번파견 논란은 협력업체와 가맹점주의 반발이 더해지면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협력업체는 '시정지시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27일 고용부에 제출했다.


탄원서에 서명한 점주는 총 2368명으로, 전체 가맹점주(3300여명)의 70%다. 직고용 반대 의사를 밝힌 가맹점주 측은 "제빵사가 본사 직원이 되면 가맹점 내 일거수일투족이 본사의 감시를 받게 돼 점주의 경영자율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빵사가 본사 직원이 되면 지금보다 급여가 20% 이상 올라가게 되는데, 점주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도 이유다


이들은 또 "제빵사들이 원하는 고용 안정성 확보, 임금·복리후생 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가맹점·협력사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는 본사·점주·협력업체가 공동 출자한 '3자 합작사'가 제빵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직고용 1차 판결]망연자실한 '乙' 가맹점주·제빵사 "본사 소속 싫다" 원본보기 아이콘

앞서 지난 20일 파리바게뜨 11개 협력회사 가운데 제빵사 채용 규모가 가장 큰 협력업체 '도원' 소속 제빵사들도 "본사 직고용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구 지역 협력업체인 도원의 제빵사 700여 명 중 80%인 500여명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이들은 "본사 소속이 되면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게 돼 업무 종류와 업무량이 훨씬 늘어날 텐데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빵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노조 소속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은 700여명(민주노총 집계)이기 때문에 전체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았다.

[파리바게뜨 직고용 1차 판결]망연자실한 '乙' 가맹점주·제빵사 "본사 소속 싫다" 원본보기 아이콘

한편 고용부는 지난 9월21일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 등 5300여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같은 달 28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전격 통보했다. 민주노총 계열 제빵사 노조도 시정명령의 즉각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파리바게뜨 본사는 지난달 31일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취소 청구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달 29일까지 시정명령을 잠정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22일 첫 심문에서 파리바게뜨와 고용부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파리바게뜨 측은 "정부의 신속한 강제 이행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집행정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시정조치가 행정지도에 불과해 이를 어기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 제재가 없는 만큼 집행정지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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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또 제빵사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파리바게뜨 본사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여부.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가운데 이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채용·평가·임금·승진 기준을 수립하는 등 실질적인 고용주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상 품질관리를 위한 교육·훈련 범위를 벗어났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는 불법 파견이 아닌 가맹법에서 규정한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에 충실했다고 주장했다. 가맹법에 따르면 본사는 가맹점주와 직원을 교육시키고 훈련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체로서 브랜드 통일성, 균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업무지시는 불가피하다는 것. 실질적인 고용주는 제빵기사가 일하는 가맹점주이며, 협력업체는 전직 파리크라상 출신 임직원들이 세웠지만 자체 매뉴얼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해왔다는 시각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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