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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허공은 힘이 세다/고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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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점,
 점으로 박혀 있는 벌레에게
 잎사귀는
 완벽한 한 세상
 한 점,
 점은 구멍이 되어
 점점
 잎사귀는 벌레 속으로
 점점
 벌레는 잎사귀 속으로

 속절없이 녹음 우거지는
 한여름 한낮
 벌레도 잎사귀도 간데없고
 맴맴
 허공만 맴맴

 
■이 시 참 좋다. 이 시는 좋은 시의 여러 특징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제목은 시 전체를 꿰뚫고 있으면서도 시 본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각 문장들은 정갈하며 정확하다. 1연과 2연에 한 번씩 쓰인 쉼표는 읽는 이의 눈길을 "한 점"에 고정시키는 응집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각 연들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있으면서도 전진하고 도약한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에둘러 가지 않되 강요하지 않고 다만 보여 줄 따름이다. 이미 겨울이지만 아직 "한여름 한낮"의 적멸 속에 있는 듯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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