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울었다
 옆집 여자는


 벌레처럼
 성대 없는 개처럼 울었다

 나는 가끔씩
 자다 깨다 녹음을 하곤 했는데


 들을 때마다
 소리가 달랐다

 그런 날은 한마디도 안 했다


[오후 한 詩]피안/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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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방울이 툭
 내 얼굴에 떨어졌다


 죽은 벌레의 머리에서 싹이 올라왔다


 풀인지 벌렌지


 나는 손톱 끝으로
 싹을 뚝,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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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봄에는 뭐든지 잘라야 잘 자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옆집 여자에게. 평생을 두고 울 만큼 서러운 일이 있었던 걸까, 울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가난이 칭칭 에워싸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시무시한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어쨌든 운다, 옆집 여자는. 자꾸 운다. 새벽마다 운다. "벌레처럼" "성대 없는 개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옆집 여자의 끅끅거리는 울음소리를 녹음하고 가끔 듣는 것뿐이다. "그런 날은 한마디도 안 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옆집 여자의 울음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아서. 아니 나는 이미 옆집 여자의 울음 속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빗방울이 하나 툭 떨어져도 그녀의 울음소리인 듯만 하다. 대체 옆집 여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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