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무산]'관치(官治)에 '노치(勞治)'까지…금융권 도입은 '시기상조'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정현진 기자, 전경진 기자]20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가 부결됐다. 하지만 노조측은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재도전을 예고했다.


KB노조는 "이번에 통과되지 않더라도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다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공표하면서 지원사격에 나선 만큼 향후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몰라 전 금융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이사제에 대한 엇갈린 반응=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종업원이 이해당사자로서 회사의 굵직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소위 '거수기 이사회'를 극복하고 경영진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이사제가 경영진 고유 권한을 흔들어 경영 효율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성급한 도입은 시기상조라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시나 공공기관 등에서 기존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 효과보다 갈등과 분쟁의 소지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업원들도 중요한 이해당사자이기에 노동이사제 자체는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도입 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면서 "특히 직업안정성 측면에서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가 꼭 필요한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은 개인 성과에 따른 보상이 매우 중요한 업권"이라면서 "다양한 각도로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확산 우려커지는 '노동이사제' = 사외이사는 지주사 및 계열사 경영진 인사를 맡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 멤버가 될 수 있는 만큼 '노조의 권력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인사권을 무기로 노조가 각종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세력에 대한 견제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전략수립 차원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는 지난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의결권 지분이 0.1% 이상이면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KB금융 노조는 0.18%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우리사주 지분은 우리은행이 5.35%, 신한금융이 4.73%, 하나금융이 0.89%로 은행권 노조는 현행법 상으로 노조를 대변할 사외이사를 선정해 주주들에게 찬반을 물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이사제가 '노치(勞治)'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금융산업이 '관치(官治)와 '노치' 속에서 유연성을 잃고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과 같은 신금융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강한 비판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관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라면서 "금융권에 노동이사제가 확산될 경우 금융산업의 발전과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수라장된 KB금융 주총 = 노조 측과 사 측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주총장은 한 때 아수라장이 됐다. 노조측에서는 "주주총회가 적법하게 성립됐는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출석 주식 수에 대한 의문이 제기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윤종규 회장은 "71%의 주주가 참석했다"면서 "의안 심의에는 지장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주주총회 참석률은 71.01%를 기록했다. 이어 주총를 열고 윤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의 이사 선임 안건 등이 줄줄이 승인됐다.

AD

윤 회장 선임안(1호 안건)은 주총 전 서면통지로 98.85% 찬성률을 기록, 투표없이 승인됐다. 2호 안건 허인 KB국민은행장 선임도 찬성률 99.85%로 투표없이 승인됐다.


다만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 배제를 담은 정관변경안을 놓고 노사가 격돌했으나 최종 부결됐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전경진 기자 kj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