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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오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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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전필수 증권부장, 정리:박철응 기자]“우리는 흔히 재벌을 이야기할 때 특정인이나 그 가족에 대해 ‘오너’라는 말을 씀으로써 기업을 몇몇 개인의 소유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소액주주들도 모두 회사의 주인이다. 많은 주식을 소유해 영향력이 큰 대주주라고 해서 상장기업을 개인 소유 회사처럼 취급해서는 안된다. 이런 인식들이 개선될 때 자본시장은 발전할 것이다.”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의 미래는 자본시장에 달려 있고, 자본시장 발전의 해법은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는 물음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초대석]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오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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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과 종업원은 평소 임금을 통해 상당부분 보상을 받고 있으며 회사가 망해도 어느정도 채권을 변상받을 수 있다. 반면 기업이 도산하면 주식은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주야말로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기업의 주인이다. ‘주주 우선’의 인식이 필요하다.”
해외와 달리 한국은 지나치게 경영자가 부각돼 있다는 시각이다. 이 회장은 “우리 국민들에게 기업의 주인을 물어보면 주주보다 경영자, 종업원, 사회 전체라는 등 답변이 많다”면서 “물론 기업의 성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영향을 미치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순서는 주주가 먼저”라고 말했다. “미국인에게 물어보면 다수는 주주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주주는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던 시절부터 재산을 투자했으며 만에 하나 도산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경영자의 지위가 강조돼 있는 것은 자본시장의 역할이 크지 않았던 과거 역사의 산물로 봤다.
이 회장은 “경제개발 단계에서는 은행 대출을 받거나 차관을 들여오는 과정을 통해 기업들이 컸기 때문에 개인의 역할이 더 부각됐던 것 같다”면서 “서구에서는 처음부터 자본시장이 역할을 함으로써 리스크를 받아 안은 주주의 지위가 공고해지고 모험기업들이 클 수 있는 환경도 됐다”고 말했다.

주주 우선 인식에서 보면 무차별적 경영권 승계는 대주주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자식의 경영 능력이 정말 우수하다면 승계를 해줘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골머리만 앓다가 회사 망하게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라도 능력이 검증된 사람에게 경영을 맡기고, 이후 기업 발전을 통해 대주주로서의 이익을 향유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냐는 지적이다.

그는 또 “‘공개기업’이 됐다면 정부도 리스펙트(존중)를 해줘야 한다. 상속세를 비롯한 세금도 감면해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자본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장대높이뛰기를 들어 설명했다. 이 회장은 “세계적인 높이뛰기 선수라도 2m대를 넘을텐데 장대높이뛰기라면 6m 이상 가능하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경제가 성장을 계속하려면 자본이 ‘장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본에 대해 일각에서 ‘오해’를 하고 있으며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이 회장은 “일부 정치권에서는 자본을 ‘가진 자의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는데, 자본주의 스스로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 바로 주식회사, 자본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주식을 흔히 ‘셰어(Share)'라고 부른다는 점을 들었다. 주식은 회사의 소유권을 공유하고 이익을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장회사는 경영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나눠줄 뿐 아니라 주가를 통해 가치 변동을 주주들과 공유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고 경영 리스크를 여러 투자자와 나눠 분산시킬 수 있다. 시장을 통한 ‘나눔’은 일방적 수혜가 아니라 서로 이익을 주고 받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커갈 수 있다.”

기업들은 상품 뿐 아니라 주식도 판매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정보의 투명한 공유를 통해 이룰 수 있다. 이 회장은 “서구 여러 나라들은 흔히 상장기업을 ‘공개기업(public company)'이라 부른다”면서 “기업 정보를 주주들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서구의 기업들은 주주인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기업설명(IR) 활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상품 뿐 아니라 주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위해 홍보 활동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실적, 재무상황, 미래전략, 지배구조 투명성 등 기업가치를 알리기 위한 IR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들었다. 이 회사는 기업가치가 제너럴모터스(GM)이나 포드를 상회할 정도다. 그는 “상품 판매 대수로 보면 지난해 GM은 950만대인데 비해 테슬라는 80만대에 불과하다. 기업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투자와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도 조달받고 인재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상장 이후 단 한 차례도 IR을 개최하지 않은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44%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상품만 열심히 판매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전언이다. 이제는 상장사와 투자자 사이의 소통, IR 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봤다.

그는 역사에 정통하다. 경제에 관한 조선의 실패 사례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조선에도 경제를 살려 나라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자는 생각을 가진 선각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윤 얻는 것을 소인배로 보고 부를 사치라고 배격하는 등의 풍조를 극복하지 못해 이들의 의견은 무시됐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은광 개발의 무산을 들었다. 일본 시마네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와미 은광이 있는데, 이 곳의 개발이 조선의 두 기술자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16세기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이 일본과 교역한 이유는 당시 세계 은 생산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인 이와미 은광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는 일본 경제 부흥의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회장의 설명을 들으면 조선이 차지할 수도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었다. “연산군 9년(1503년) 왕조실록을 보면 양인 김감불과 노비 김검동이 납에서 은을 분리해 내는 회취법이란 제련법을 고안해 대량의 순은 추출이 가능해졌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조정은 은이 사치품이며 중국이 조공으로 빼앗아갈 것이란 우려에서 이 기술을 무시했다. 중종은 1516년 은광 폐쇄를 명했고 일본이 조선의 제련 기술자를 데려가 버린 것이다. 그 후에도 은광 재개에 대한 논의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조정은 농민들이 농사는 짓지 않고 광업에만 매달릴까 하는 우려 때문에 계속 불허했다.”

상품과 서비스 판매 시장에만 치중하다가 자본시장이라는 ‘은광’을 소홀히 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으로 읽혔다. 이 회장은 “은광 개발을 굳이 막지 않더라도 더불어 사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현재의 자본시장 활성화에서도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구 감소, 고령화 시대에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은 자본시장에 달려있으며, 모두가 자본시장 이용법을 익혀 역동성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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