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구서]앞뒤 안맞는 무역불균형 논리…산업계 "對美투자·고용확대 주목해야"(종합)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7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무역불균형 문제를 거론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산업계가 미국발(發) 전방위 통상압박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미ㆍ일 기업인 회동 자리에서 양국 간 무역문제를 언급하면서 안보와 경제는 별개라는 사업가 기질을 보여준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를 비춰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통상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짙다.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는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우리 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 공격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무역불균형'의 전제인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반박하면서도 미국시장의 중요성과 한미 양국의 관계 등을 감안해 대미 투자를 확대해 온 노력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 "일자리 10만개 줄고 수출 안늘었다"vs "韓기업 미국서 일자리 늘려…서비스는 美 가흑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때문에 거의 10만 개의 미국 일자리가 없어졌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 무역적자 규모의 배에 달하는 150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종업원 수는 한미FTA 발효(2012년 3월 15일)이전인 2011년 3만 50000 명에서 2015년 5만 2000명으로 약 1만 7000명 증가했다.대미국 무역흑자는 2015년 258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줄곧 하락해 올해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00억달러 이하(175억달러 수준)로 내려갈 전망이다.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세는 자동차와 금속ㆍ광물, 농수산식품 등이지만 대부분 한미FTA 비(非)수혜 품목이다. 반면 미국산 제품의 대한국 수출이 늘어난 것은 자동차와 농수산물, 의약품 등 한미FTA 혜택 품목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미국산 승용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전 9.6%에서 2016년 18.0%까지 확대됐고 2015년부터는 일본산 점유율을 추월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2011년(69억달러)에서 2015년(94억달러)까지 매년 미국이 흑자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1986년 현대차가 미국에 진출한 이후 그동안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3만명 이상(직접고용)에 일자리를 제공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며 미국에서의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2021년까지 31억달러를 투자하고 현대차 2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국GM은 GM의 글로벌 사업 전반의 구조조정 여파로 수출 물량이 줄고 내수판매마저 감소하며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한미FTA가 원인이 아니라 미국의 경기회복과 한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경기변동적인 무역불균형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2017년 10월 1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열린 '테네시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왼쪽 일곱번째부터>킴 맥밀란 클락스빌 시장, 조현식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 사장,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 , 밥 롤프 테네시주 상공부장관, 김성진 주애틀랜타총영사관 총영사 등이 테이프를 커팅을 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자국우선주의에 美 정부·법원 잇달아 美 업체 손들어줘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ㆍ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미국 정부와 업계도 편승하고 있다. 미국은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주도해 자국산업의 피해를 이유로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무더기로 반덤핑관세, 세이프가드(수입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산 세탁기도 미국 주정부와 소비자의 반대에도 세이프가드를 밀고 있다. ITC는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특허괴물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조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애플과 삼성전자 간 제 2차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신청한 상고심을 기각,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0만달러(약 1332억원)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게 됐다.
- 5년간 14.6조 대미 투자 약속… 가전 타이어 美 공장 잇달아 착공
미국이 무역수지를 문제삼고 있지만 투자 측면에서는 한미간 격차가 크다. FTA가 발효된 2012년 이후 2017년 상반기까지 한국의 대미국 투자는 598억 달러로, 미국의 대한국 투자 226억 달러를 2배 이상 초과했다. 작년 한해만 봐도 90억달러 대 8억6000만달러로 10배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LG 전자 등 52개 기업은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해 2021년까지 미국에 128억달러(14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약속을 했다.에너지자원, 항공기 구매 등에도 5년간 224억 달러(한화 약 25조5000억원)를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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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내년 초부터 가전공장을 가동한다. LG전자는 테네시주에서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019년 양산을 목표로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초고성능 타이어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테네시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여행을 제한하고 나선 가운데, 롯데그룹이 주요 사업장에 '이해하기에 기다린다'는 내용의 문구를 내걸었다.
원본보기 아이콘-사드피해만 10조원 육박…한미동행 손실 감안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주목할 부문은 양국의 무역 투자 뿐만 아니라 안보동맹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보복 조치로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50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5조원 이상의 매출이 줄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자동차,철강,가전 등 무역불균형과 관련해 우리가 집중해온 현안에 농수산물 시장개방과 같은 돌출이슈를 제기하며 협상 테이블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고 갈 것"이라면서 "정부, 민간 모두 다방면에서 미국측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한미 FTA의 효용성에 대해 미국 소비자 대상의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예상되는 통상 리스크 대응 조직을 구축하는 등 변화하는 통상 여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선제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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