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베를린 장벽 무너뜨린 샤보브스키 "실수였지만 가장 의미 있는 날"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베를린 장벽 붕괴의 주역인 귄터 샤보브스키가 3년 전 오늘(11월1일) 별세했다. 샤보브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실수한 말 한마디로 동독과 서독이 재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28년 전인 1989년 11월9일, 사회주의통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동유럽 민주화 혁명 중 ‘외국 여행 자유화‘가 결의되면서 사회주의통일당 선전담당 비서였던 샤보브스키는 관련 법령 발표를 위해 단상 앞에 나섰다. 관련 회의 중 자리를 뜬 탓에 서기장에 건네받은 문서를 파악하지 못한 채 발표를 시작했다.
샤보브스키는 “베를린 장벽을 포함한 모든 국경 통과 지점에서 출국이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11월10일부터 여행 허가에 관한 출국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잘못 발표한 것이다. 이 때 한 기자가 “언제부터 발효하는가?”라고 물었고 세부 사항을 몰랐던 샤보브스키는 “즉시(immediately, without delay)”라고 즉흥적으로 답했다.
당초 여행 규제 완화는 국경 경비를 강화한 후 이튿날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다. 이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샤보브스키의 즉흥 답변에 기자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뉴스를 접한 수천 명의 동베를린 시민들은 동서를 가르는 경계에 설치된 검문소로 향했다. 시민들의 압력으로 베를린 장벽이 개방됐고 1961년 세워져 28년 동안 분단됐던 베를린 장벽이 결국 무너졌다. 그리고 이듬해 10월3일, 동독과 서독은 재통일됐다.
샤보브스키는 독일 재통일의 주역이지만 과거 베를린장벽을 넘으려는 동독인 다수를 총격·살해한 전적이 있었다. 이 혐의로 1997년 투옥돼 옥살이를 하다 2000년 사면됐다. 사면된 이후 샤보브스키는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죄책감으로 한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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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난 2014년, 독일 매체를 통해 샤보브스키의 근황이 공개됐다. 독일 매체 n-tv는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샤보브스키를 조명한 특집기사에서 그가 베를린 빌머스도르프 지역에 러시아 언론인 출신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샤보브스키는 “장벽이 열려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얼마나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이 무시돼왔는지 깨달았다”며 “내 생애 가장 의미 있는 날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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