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대북 전쟁 개시 권한은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있는 걸까.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현지시각)자 사설에서 '화염과 분노', '폭풍 전의 고요' 같은 위협적인 언급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진 힐리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공개 발언들이야말로 "그가 혼자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밥 코커(공화ㆍ테네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24일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와 가진 회견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해 언급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급기야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진격 명령(marching order)'을 내리는 주체"라고 맞받아쳤다. 전쟁 개시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미국이 먼저 공격 받지 않는 한 선제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선제공격 금지 입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제정된 현행법은 대통령에게 선제적 핵공격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낡은 법"이라며 "지금 이 문제를 다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적 핵무기 사용 금지와 관련해 대통령이 각료들과 의무적으로 사전 논의하거나 '미국은 선제적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포괄적 선언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 역시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핵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현 절차에 대해 의회가 문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쟁권한법'에 따라 미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자국 영토나 군대를 공격할 경우 교전을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미 동맹국 보호에도 적용된다. 상호방위조약으로 미국과 연결된 한국ㆍ일본에 북한의 공격이 가해질 경우 미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바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또 전쟁권한법에 따라 적의 공격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통령은 지상군을 해외에 파병할 수 있다. 다만 48시간 내 의회에 통보하고 60일 내 의회로부터 승인 받아야 한다. 이는 곧 의회 승인 없이도 같은 기간 지상군 파병 등 해외에서 전쟁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헌법이 미 대통령에게 독자 군사행동 권한을 부여한다는 해석도 있다.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한 헌법 2조가 그 근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지메이슨 법과대학원의 일리야 소민 교수는 "헌법 2조가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로 만드는 것이지 대통령에게 전쟁 권리를 부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의 공격이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은 헌법 2조에 근거해 전쟁을 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 변호사협회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전쟁 개시와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 협회는 서한에서 미국에 공격이 가해지거나 공격이 임박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선제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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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와 관련해 협회는 국제 관습법 중 '캐롤라인 시험(Caroline Test)'을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선제적 자위권이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외세 위협이 '절박하고 압도적이며 다른 수단을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경우'여야 한다. 단순한 수사적 엄포, 군사력 전개, 핵ㆍ미사일 개발 자체는 임박한 위협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에서 대북 선제 공격 등 전쟁 개시 권한과 관련해 논쟁이 진행 중인 지금 우리에게 한반도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힘은 과연 있는 걸까. 너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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