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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人]"여기는 '품격'을 팝니다"…백화점에 '감성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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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문화마케팅 담당자
박준형 롯데百 책임 vs 김창수 현대百 큐레이터
vs 오명란 신세계百 수석큐레이터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아울렛…
최근 수많은 유통채널의 각축장에서 백화점은 품격과 새로움을 함께 잡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보다 '고급스러움'이다. 도심 속 백화점에는 다른 유통 매장이 제공할 수 없는 상품과 더불어 남다른 분위기가 있다. 문화마케팅을 통해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백화점 담당자들을 만나봤다.
◆전문성ㆍ기획력ㆍ추진력 삼박자 맞아야 성공="고객에게 새로운 감동과 추억을 선사하자." 롯데백화점 문화마케팅팀의 모토다. 매출 신장만을 위한 일회성 집객 행사는 지양한다. 고객들에게 다음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줌으로써 재방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획 목표다.
박준형 롯데백화점 문화마케팅 담당 책임

박준형 롯데백화점 문화마케팅 담당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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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롯데백화점 책임은 2015년 2월 문화마케팅팀에 합류한 뒤 문화센터, 문화홀, 갤러리, 웨딩센터 등을 운영ㆍ관리하고 있다. 국내외 문화 트렌드를 분석하고 직접 경험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업무 시간 중 개인 책상에 앉아있는 때는 거의 없다.

박 책임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 업무 미팅"이라며 "여러 제안서를 문서로만 확인하기보다 실제 시연 현장에서 보고 관계자들과 협의한다"고 전했다. 공연기획자, 연기자, 예술가 등 문화예술 전문가가 박 책임이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만나 공연ㆍ전시를 섭외하거나 백화점에 맞는 차별화된 기획을 같이 의논한다. 좋은 콘텐츠 발굴을 위해 큐레이터들과 전시ㆍ박람회를 관람하기도 한다.

박 책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도 놓치지 않는다. 소셜 인플루언서(Social Influencerㆍ유튜브 1인 방송,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개인)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책임은 "고객들이 패션, 음식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 소셜 인플루언서 콘텐츠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며 "이런 추세에 발맞춰 문화센터와 갤러리에 SNS 인기 아티스트들을 초청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겉보기엔 마냥 재미있어 보이지만 전문성ㆍ기획력ㆍ추진력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감당하기 힘든 업무다. 박 책임은 "백화점 상품 프로모션처럼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 도입 시 내부 보고에서부터 많은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며 "콘텐츠 성공 여부를 누구도 호언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기획자의 자신감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점이 늘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차별화의 열쇠=현대백화점은 문화마케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유통업체로 꼽힌다. 1985년 압구정본점에 국내 최초로 백화점 문화센터를 연 뒤 줄곧 '문화 백화점'을 표방해왔다. 문화 콘텐츠 기획 노하우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 중심에 현대백화점 콘텐츠팀이 있다.
김창수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콘텐츠팀 책임 큐레이터

김창수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콘텐츠팀 책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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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콘텐츠팀 큐레이터는 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공예, 회화 등 전시를 총괄기획하고 있다. 1991년부터 문화콘텐츠 업무만 맡아온 베테랑이다. 김 큐레이터가 지난 9월 판교점 문화홀에서 진행한 미술 전시회 '더 아트쇼'는 전문 미술관 못지않은 수준을 자랑했다. 661㎡ 규모 문화홀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의 회화ㆍ조각ㆍ설치예술 작품 200여점을 선보였다.

각 분야별 전시 해설자가 상주하고 작가별 작품 설명회도 열었다. 브랜드ㆍ상품 경쟁력 만으로는 다른 백화점 등 유통채널과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게 현대백화점 콘텐츠팀의 지론이다. 백화점을 콘텐츠 체험 공간으로 변화시켜 고객들 방문을 늘려야 한다고 김 큐레이터는 강조했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전시회 기획을 위한 고민도 더욱 깊어진다. 김 큐레이터는 "예술 작품을 보는 백화점 고객들 눈높이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 니즈(needs)를 고려하면서도 다수의 고객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 작품을 선별하고 전시를 기획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큐레이터의 역시 외근이 일상이다. 각 점별 '갤러리H'를 둘러보고 전시 참여 작가와의 미팅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는 "현대백화점 전시를 통해 다양한 관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덕분에 유명 미술관 전시 초대까지 받았다며 고마워했던 신진 작가의 인사가 기억난다"면서 "고객들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작가들에게는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예술성ㆍ대중성 조화 위해 치열하게 고민= 오명란 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는 9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시작으로 이달 부산 센텀시티점으로 이어지는 도자기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재독동포 이영재 작가 작품전이다. 앞서 오 큐레이터는 지난 6월 독일 에센으로 직접 날아갔다. 이 작가 작업실을 찾아 함께 전시를 준비했다. 9~10월 대구ㆍ광주 전시가 종료된 뒤 작품 도록을 만드는 동시에 곧 있을 센텀시티점 행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오명란 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

오명란 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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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일은 그에게 단순한 회사 업무가 아니다. 매 전시마다 마치 자신이 작가가 된 듯 몰입한다. 그러다 보니 힘들 때도 있다. '회사원'으로서 미술계와 회사가 각각 추구하는 방향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큐레이터는 "예술의 대중성, 즉 백화점에서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게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대중성과 유행만 쫓기보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충실히 가져가면서 문화마케팅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술 큐레이터 생활 13년째. 오 큐레이터는 요즘 부쩍 공연, 특히 클래식 연주회를 많이 관람한다. 그는 "미술 전시장을 찾은 횟수보다 챙겨본 공연이 더 많을 정도"라며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예술의 본질을 더 고민해 볼 수 있고 신세계백화점 내 다른 문화 담당자들과 협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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