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경제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과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따른 수출의 증가, 그리고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전자산업의 선전 등이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경기 회복에 고무된 듯 한국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면서 경제 위기의 가능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청와대도 나섰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앞날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는 경기 반등이 한국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경기 반등에 고무돼 경제의 근본 구조와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말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다양한 진단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한 생각에는 차이가 있는 듯하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득 양극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듯한데, 적어도 노동자의 임금수준과 자영업자의 소득수준을 높이는 정책으로 잠재성장률도 올릴 수 있다는 것 같다.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하는 사람들은 서비스산업의 낙후와 혁신의 부재로 잠재성장률이 저하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규제 완화와 서비스산업 진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올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두 주장 모두 한국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결과인지 의문이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제조업 경쟁력 상실의 결과고, 이런 제조업 경쟁력 상실은 결국 정부주도-재벌중심의 박정희 개발체제의 지속에서 비롯되고 있다. 1970년대의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형성된 재벌들은 반도체와 같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물적자본 중심의 최종재 산업 주력기업들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이 주력기업들은 중간재 가격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탈취, 납품 단가 후려치기, 비정규직 문제가 악화돼 왔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임금 인상의 압력이 커지고 중국과 같은 개도국이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추격해옴으로써 물적자본 중심의 최종재 산업이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임금이나 소득의 양극화는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비롯되는 결과인데,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바로 잡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늘리고 최저임금만 인상한다면 오히려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만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재벌개혁과 사회적 약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혁이 없다면, 선진 공업국들처럼 제조업이 인적자본 중심의 중소중견기업 체제로 진화할 수도 없고, 혁신형 경제로의 이행과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과 임금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중견기업의 임금 상승 없이는 대기업 비정규직 임금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경제구조 개혁 조치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조합을 이루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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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로 독일이나 일본 같은 선진 공업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고 서비스업의 낙후 정도는 심각함을 고려할 때, 서비스업으로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또한 금융과 IT서비스업의 낙후도 결국은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 관치금융 그리고 재벌의 과도한 내부거래로 인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 주도의 발굴 및 육성 정책으로 혁신성장이 가능하다는 황당함에서 깨어날 때도 됐다.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방치한 채, 소득주도성장이니 혁신성장을 외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허송세월을 보낸다면, 한국경제의 위기는 잠복기를 지나 본격화될 수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보호무역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건설 투자의 급격한 감소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정권 후반기를 제대로 주시하기 바란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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