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리야입니다" 한국어 열공하는 태국 학생들
9일 한글날 맞아 현지서 공식 한국어 교과서 첫 선
한국인 교원 파견에 태국인 교사 양성까지 '패키지' 지원
[방콕(태국)=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 사람은 누구인가요?" "송혜교입니다."
"누구의 여자친구인가요?" "송중기의 여자친구입니다."
태국 양딸랏 윗타야깐 학교의 윤효진 교사가 칠판 위 스크린에 한국 연예인 사진을 띄우자 하얀 블라우스 교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학생들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대답한다. "저의 생일은 10월1일입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와 같이 상황에 따른 '나'와 '저'의 쓰임, 그리고 날짜를 묻고 대답하는 문법 수업이 이어진다. 이날 처음 선보인 태국 중등학교 교과서 '한국어1'의 8과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태국에서 중·고교생들이 배우는 한국어 교과서가 출간됐다. 내년부터는 태국 대학입학 시험에도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한국어가 포함된다.
한글날인 9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왕립 쭐라통껀대학교에서는 중등학교용 '한국어1' 교과서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새 한국어 교과서로 배우는 실제와 똑같은 형식의 수업 시연도 진행됐다.
태국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이 대학에는 내년부터 전공과인 한국어학과가 개설된다. 그동안은 부전공까지만 가능했다. 대학 관계자는 "최고 명문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생기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교사 모두가 더 열심히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1986년 송클라대학에 처음으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됐다. 2000년대 들어 한류가 확산되면서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인이 늘어나자 2008년에는 중등학교 제2외국어 과목에 한국어가 채택됐다.
태국 정부의 요청으로 우리 정부는 2011년부터 한국어 교육을 지원할 한국인 교사들을 해마다 50~60명씩 파견하고 있다. 현재까지 태국에 파견된 한국인 교원만 393명이다. 올해 파견된 58명의 교사들의 체제비와 항공료, 숙소 지원 등에 배정된 예산은 10억600만원이다.
태국 정부도 지난 4년간 한국어를 전공한 태국인 중 140명을 선발해 정식 교원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2년간의 교육 과정 중 4개월간 한국에서 위탁교육을 받는다.
2015년부터는 태국 학생들이 사용할 한국어 교과서 개발 작업이 시작됐다. 태국 중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수업의 질을 높이고자 태국 교육부와 태국인 집필진 14명, 이화여자대학교 언어교육원 관계자 18명이 힘을 모았다. 올해 4월 말 교과서 6권의 집필이 모두 끝나 이번 한국어1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윤소영 태국한국교육원 원장은 "3년 이상 한국어를 가르친 현지 교원들이 합류해 태국 교육 여건에 맞는 교과서를 개발했다"며 "최근 몇년간 한류 열풍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 덕분에 당초 5년 정도 예상했던 교과서 발간 사업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태국 전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2010년 30여개 학교, 3000여명에서 2017년 현재 150여개 학교, 1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전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고교생 11만5000여명 가운데 태국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5%에 이른다.
같은 시기 제2외국어로 채택된 스페인어 학습자가 7개 학교, 1300여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태국 교육 당국이 대입시험인 PAT(Professional & Aptitudes Test) 제2외국어 과목에 한국어를 포함시키고 2018년 신입생 선발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어와 팔라어, 아랍어, 일본어, 불어, 독어에 이어 7번째로 채택된 제2외국어 과목이다.
한국어가 외국의 대입 시험과목으로 채택된 나라는 우리 재외동포가 많은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에 이어 태국이 5번째이자 아세안 국가로는 최초다.
김정연 교육부 재외동포교육담당관은 "태국에서 한국어, 특히 중·고교생들의 한국어 학습 수준은 매우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며 "한국어 교육 수요가 높은 이곳에서 한국인 교원 파견과 현지인 교사 양성, 교과서 개발까지 우리 정부가 중장기적인 패키지 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 이룬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