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우선공급규칙부터 조정대상지역까지 '누더기'된 주택청약제도
정부, 주택수급 시장에 맡긴 후에도 제도 활용해 적극적 개입


지난달 개관한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에서 방문객이 상담을 받거나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개관한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에서 방문객이 상담을 받거나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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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추석 후 분양되는 아파트는 가점제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난다. 가점제란 아파트 청약신청을 하는 이의 청약통장 가입기간이나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를 따져 점수를 매겨 높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제도로, 가점제 물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에 따라 2007년 도입됐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국민주택규모인 전용 85㎡ 이하는 전 물량을, 85㎡ 초과물량도 절반은 가점에 따라 당첨자를 가려내도록 했다. 성남, 고양, 광명 등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도 아파트 크기에 따라 최대 75%까지 가점제를 적용토록 했다. 예비당첨자를 정할 때도 가점에 따라 구분키로 했다.


다음 달부터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2주택 이상 동시에 당첨되면 모두 무효처리되는 조치도 시행된다. 원래 1주택을 택할 수 있었는데 청약조정대상지역과 형평성을 맞췄다. 주택 재당첨을 제한하는 규정도 새로 적용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실수요층에게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청약자격을 강화하는 등 8ㆍ2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에서 관련 규정을 고치기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새 아파트를 지어서 수요자에게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해선 이처럼 촘촘한 제도가 작동한다. 기본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이 복잡한 데다 최근처럼 일부 지역에서 과열양상을 띨 경우 투기과열지구나 청약 조정대상지역이 적용되면서 한번 더 꼬인다. 시장상황에 따라 청약제도를 번번이 손질하면서 복잡함은 더해졌다.


주택수급과 관련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하나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분명한 건 과거나 지금 모두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청약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이에게 분양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제도로 1977년 도입한 '국민주택우선공급규칙'을 시초로 본다. 당시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이 지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했으며 이듬해 청약예금제도가 신설되면서 민간아파트까지 확대됐다. 이후 시장상황에 따라 청약요건을 손보거나 규제수위를 조절하는 등 정부는 주택수급의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국내 아파트 공급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선분양제와 분양가상한제가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수십년간 지속된 탓에 익숙한 제도지만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독특한 구조다. 일단 상품을 만들기 전에 먼저 파는 선분양제는 운영과정에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캐나다나 호주 등 일부 다른 국가에도 있다. 가격을 통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합쳐지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분양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1970년대 들어 정부가 주택수급을 민간에 맡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가운데 건설사의 아파트시장 진출이 본격화됐고 소득수준이 오르면서 아파트 수요 역시 늘어날 여건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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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기틀을 갖춘 아파트 분양제도가 결과적으로 큰 틀에서 지금까지 이르고 있지만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 적지 않이 들어갔다. 당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낮았던 점, 아파트를 지을 택지공급이 수월치 않았던 점 등이 문제시된 적도 있으나 정부는 그때마다 제도를 손보는 등 적극 시장에 개입하면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청약시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임동근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선분양제도와 주택청약제도는 재벌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이 됐고 80년대 택지개발촉진법이 나오면서 지주의 땅을 환수해 아파트용지로 지급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면서 "(청약제도는) 아주 섬세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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