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그룹 랑콤, 판매 수량 제한 연속 강화
입생로랑, 슈에무라, 비오템 등 계열 브랜드도 제한 검토
"보따리상 매출로 겨우 버티는데"

지난 23일 롯데면세점 본점 화장품 코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다.

지난 23일 롯데면세점 본점 화장품 코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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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브랜드에 이어 수입 브랜드들도 면세점의 중국인 보따리상(代工ㆍ다이궁) 판매분을 옥죄고 나섰다. 불법 유통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 부정적인 영향을 의식한 결정이다. 그나마 보따리상 수요로 매출 규모를 유지해오던 업계는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유명 수입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이 면세점 내 구매 수량 제한을 대폭 강화한다. 랑콤은 제니피끄 세럼ㆍ세럼 듀오ㆍ아이크림 듀오 등 일부 인기 제품의 최대 구매 가능 수량을 기존 5개에서 3개로 줄였다. 지난 20일부터 출국일 기준 동일 상품은 최대 5개, 브랜드 내에서는 최대 20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지 1주일여 만의 추가 조치다.

랑콤에 이어 같은 로레알그룹 계열 브랜드인 입생로랑, 슈에무라, 비오템, 조르지오아르마니 등 인기 브랜드들 역시 구매 수량 제한을 검토 중이다. 앞서 계열 브랜드 키엘이 지난 18일 구매 수량을 출국일 기준 동일 상품 5개에서 3개로 줄이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면세업계에서는 추가적인 판매 제한이 확정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구매 가능 수량을 큰 폭으로 줄인 데 이어 글로벌 최대 뷰티 그룹인 로레알까지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입생로랑의 경우 립스틱 등 색조 제품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꼽힌다.

화장품업체들의 이 같은 선택은 전문적으로 면세품을 구매해 재유통하는 보따리상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 비전문적인 경로로 유통될 경우 제품의 변질, 소매가격의 왜곡, 서비스 불만 발생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 본점에 긴 대기줄이 서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물건을 전문적으로 구매해 파는 대리판매상들이다.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 본점에 긴 대기줄이 서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물건을 전문적으로 구매해 파는 대리판매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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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는 중국 법인의 실적 관리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던 국내 브랜드의 경우 보따리상 물량이 풀리면서 가뜩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흔들리는 현지 실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따리상의 대량 구매를 방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 물건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균등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때문에 보따리상 매출을 규제할 경우 단기적으로 판매량, 매출이 꺾이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음에도 이를 감수하고 물량을 옥죄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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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그간 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보따리상 실적으로 기존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 특히 화장품은 국내 면세점들의 매출 1위 품목이다. 지난해 기준 화장품은 국내 시내ㆍ출국장ㆍ온라인 면세점 등에서 6조2869억원어치가 팔려 전체 매출(12조2757억원)의 51.2%를 차지했다. 2위 품목인 가방류(1조7226억원ㆍ14%)와 비교하면 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보따리상들에게 의지해 매출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지는 분위기"라면서 "당장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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