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노동정책, 국가경쟁력 더 떨어뜨리나
'노사간협력' 130위, '정리해고비용' 112위로 최하위권…기업 팔비틀기로만 해결안돼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하향 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의 개혁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정부가 강하게 추진한 노동개혁은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와 정부의 성과연봉제 등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양대 지침' 공식 폐기 등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는 반대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경쟁력 높이는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세계 137개국 가운데 73위로 '금융시장 성숙도'(74위)와 함께 종합순위(26위)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물가, 국가저축률, 재정건전성, 국가신용도 등 '거시경제환경'이 세계 2위에 오르고 도로, 철도, 항공, 전력공급의 질 등 '인프라' 부문에서 8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노동시장 효율성 가운데 '노사간 협력'은 올해 130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90위, '해고 및 고용관행'은 8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고용 및 해고관행'은 80위, '임금결정의 유연성'은 62위, '근로유인에 대한 과세 효과'는 60위, '인재를 유치하는 국가능력'은 42위에 그쳤다.
노사정위원회 붕괴로 재계와 노동계의 대화채널이 사라지고, 주요 사업장에서 파업이 지속되면서 노사간 협력이 지난해(135위)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리해고 비용이 높고 해고가 용이하지 않은 점, 경력단절여성 문제 등 노동의 유연성과 관련된 항목들도 모두 낮은 평가를 받았다.
WEF는 "한국의 경우 노동시장의 낮은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상승의 발목을 잡는 만성적 요인"이라며 "경쟁국에 비해 혁신역량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이 같은 제안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대폭 인상, 통상임금 문제 등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조치들이 착착 진행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은 크게 늘어가는 추세다. 기업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고용의 유연성 문제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민간기업들도 이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양대 지침'이 완전 폐기됨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성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등 양대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노조의 경영간섭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 대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8자 회담'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여가는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비정규직들의 '비'자만 떼내면, 이들이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가계소득을 늘리고 경제 전반에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는 정부의 섣부른 판단이 문제다. 주력 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이 사업장에서 일하는 인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꿀 경우, 불황기를 버틸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과거 정치권과 정부의 묵인 하에 파견근로 등 불법·편법을 동원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노동계도 이에 동조했다. 정규직 강성노조의 '철밥통 지키기'가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000년대부터 파업 때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카드로만 이용하고 실질적으로는 정규직 노조의 임금인상에만 몰두했다. 사측은 이를 모른 체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졌고, 정규직은 새로운 계급이 됐다. 비정규직 양산이 노사정 모두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의 팔만 비틀어서는 근원적인 해법을 찾을 수도 없다.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정년보장'이라는 장벽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전면 폐기함에 따라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노동개혁은 물건너갔다. '일하지 않고 시간만 떼우는 인력'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세금 먹는 하마'의 오명을 지우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저성과자들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과 같다"면서 "입사만 하면 정년을 보장받는 지금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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