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무너진다②]정경유착 낙인·통상임금 부담…'귀국선'타기 두려운 기업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자국 제조업체의 리쇼어링(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국내 이전)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유독 우리 기업들은 복귀할 이유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베트남 삼성전자'와 '한국 삼성전자'의 간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리쇼어링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중 40% 베트남서 근무
2016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임직원 수는 30만8745명에 달한다. 이 중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생산하는 직원 수는 12만명으로 4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2009년 베트남 박닌성에 휴대폰 생산공장을 열며 6만여명의 생산직 직원을 채용했는데 8년 만에 2배가 늘었다.
반면 본사가 위치한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2011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지만 매년 줄고 있다. 2014년 9만9386명, 2015년 9만6902명, 2016년 9만3204명으로 축소됐다. 화성, 기흥에 이어 평택에 대규모 반도체 라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인력이 줄어든 것은 제조업 일자리가 꾸준히 해외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삼성의 임직원 수는 2014년 5만6492명에 달했지만 2015년 4만4948명, 2016년에는 3만7070명까지 줄었다.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삼성전자는 중국 생산기지의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인 뒤 이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베트남서 존경받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하노이 동쪽에 위치한 박닌에서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있다. 국내 1, 2, 3차 협력사 중 상당수도 이에 발맞춰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 모듈 공장을 베트남에 설립했고 2014년부터 타이웅우옌에서 노트북, 스마트TV 및 생활가전도 생산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기지는 축소됐다. 휴대폰의 메카였던 구미는 국내용 전략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고 광주 생활가전 공장도 프리미엄급 제품 일부만 생산 중이다. 인건비 탓이 크지만 노동시장, 특혜 시비 등 경영 환경 탓이 더 크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한 스마트폰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로 인한 고용, 경제성장에 대해 베트남 정부도 감사를 표하고 있다.
-국내서도 위상 비슷하지만 '정경유착' 기업 주홍글씨만
국내 상장사 650여곳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66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78조원으로 18% 늘었다. 우리 기업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반도체 사상 최대 이익을 매 분기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나머지 기업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0조원에서 48조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반도체의 비중은 18.6%에 달한다. 코스피서도 전기전자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이렇듯 삼성전자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평가는 베트남에서와는 극과 극이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일쑤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거리낌 없이 삼성을 공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삼성이 정작 텃밭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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