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무너진다①] 美 2322개 韓 41개...당근 없이 '제조업 회귀' 없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문재인 정부가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시설의 국내 복귀 가능성을 검토했다가 포기한 것은 '리쇼어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내의 고임금 구조와 노조 리스크,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는 제조업 이탈로 인한 일자리 절벽을 낳는다.
반면 베트남 등 신흥국들은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우리 기업 환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강성일변도로 치닫고, 정부는 기업규제정책을 남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제조업 공동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조업계의 지적이다.
◆美 제조업 일자리 지난해 2만5000개 늘어, 1970년 이후 처음= 해외로 떠난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세계적인 추세는 미국 사례에서 도드라진다.
미국 비영리기관 리쇼어링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떠난 일자리는 약 5만여개, 리쇼어링을 통해 돌아온 일자리는 77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순증한 것이다. 앞서 미국은 1970년 이후 고임금과 제조업 여건 악화로 '제조업 엑소더스'를 겪었다. 미국 기업들은 생산시절을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옮겨갔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2000년~2003년 무렵 제조업체의 생산기지 탈출이 본격화되면서 한해 평균 2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게 세금 감면 등 적극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메이드인 USA' 브랜드를 장려하며 리쇼어링을 유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은 일자리가 순증으로 돌아서는 등 리쇼어링 효과를 누리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으로 돌아온 기업들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관련 부품 444곳, 13만3963개의 일자리다. 뒤이어 전자장비 및 부품 201개사, 플라스틱 및 합성 금속 등 소재 관련 463곳, 컴퓨터 및 전자 제품 137곳이 유턴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에서 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도 745개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주목할 점은 이들 사례 중 상당수가 대기업과 그 계열사, 협력사들이라는 사실이다"며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유턴시키면 1, 2, 3차 협력사들이 함께 돌아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0년 중국 온수기 생산라인을 시작으로 멕시코에 있던 프리미엄급 냉장고 라인을 미국으로 옮겨왔다. 이에 따른 일자리는 4000여개에 불과하지만 협력사들까지 따지면 1만8000개로 늘어난다. 미 연방 및 주정부는 GE의 리쇼어링에 세금 혜택과 부지 제공으로 화답했다.
같은 기간 한국으로 돌아온 기업은 41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유턴 기업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재계 "안 돌아오는게 아니라 못 돌아온다"= 재계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리쇼어링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 등 동남아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제조 품질 문제를 겪고 있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비숙련 노동자들이 많고 브랜드 이미지 하락, 기술 유출 등 득보다는 실이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에 따른 막대한 피해에 신음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내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품질, 브랜드 문제를 비롯해 기술 유출 문제가 계속 불거진다"며 "그런 부담 때문에 국내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국내로 돌아오기보다는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으로 유턴한 기업들이 유턴을 결심한 이유를 살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며 "미국 기업들은 가장 먼저 정부의 인센티브가 가장 중요하다고 손꼽았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일본도 지난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공장설립규제 완화, 환율 및 노동정책 등으로 기업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를 보유한 총 834개 기업 중 11.8%가 생산지를 일본으로 옮겼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은 특혜 시비로 유턴할 경우 얻는 실익이 아무것도 없고 공장을 설립하고 관련 인력을 뽑기도 어렵다"면서 "최근 들어선 보편적 복지를 위해 법인세를 올리고 노조 편향적인 임금 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