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수장·총수 공존…묘한 충돌 예고
업계 "재벌과 같은 잣대 문제" 지적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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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총수 지정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IT 업종을 제조업과 같은 시각으로 재단하고 통제하려는 것에 대해 반발한다.

더욱이 총수라는 위치를 강제로 규정지음으로써 이 GIO는 실제 기업을 지배하려는 뜻이 없더라도 고용과 인사는 물론 투자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이사회의 한 구성원이지만 법적으로는 기업의 총수여서 이사회 의장의 역할과도 묘한 충돌이 빚어지게 됐다. 지난해 3월 이 GIO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후 외부 출신의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의장에 올라있는 가운데 변 의장과 총수가 함께 회의에 참석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에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총수의 전횡과 사익편취 등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투명경영 풍토가 강한 IT업종을 같은 선상에서 규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우리 사회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총수 없는 민간기업을 인정하고 그런 기업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 휴맥스홀딩스 회장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 휴맥스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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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소수의 지분과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을 소유하는 재벌기업들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네이버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 지정은 친족지배의 재벌대기업에 해당하는 제도로 가업승계를 하지 않고 투명한 이사회를 운영하는 벤처기업에는 불필요하며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대기업들이 상속을 통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네이버는 다른 편이다. 외부 인사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을 맡겼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모범사례로 회자됐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모범'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재웅 창업자는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ㆍ재벌에서 내부거래와 사익 편취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대기업 규제는 존재할 이유가 있는 제도지만 반대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가진 투명한 회사를 만든다면 규제와 관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좋은 사례를 발굴, 지원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GIO의 보유지분율이 낮은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는 총수라는 이름을 씌우는 것은 네이버 입장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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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정위의 판단이 실질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네이버가 반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이나 기업집단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판단하면 총수라고 볼 수 있다"면서 "따라서 공정위의 판단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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