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 있는' 중견·중소기업…'통상임금' 판결 후폭풍
최저임금 인상 인건비 부담
납품단가 인하 압박 우려도
대·중기 임금격차 확대 심각
"공장 해외 이전도 쉽지않아
협력업체 더이상 못 버틴다"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정동훈 기자] 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중소ㆍ중견기업들에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 대기업들의 소송이 이어지면 중견ㆍ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상승 부담에 납품단가 인하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법원의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 여파로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부품용 주물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A사 대표는 "지금도 대기업이 자신들의 임금인상분을 협력업체들한테 떠넘기고 있는데, 앞으로 추가 부담까지 전가할 경우 우리 같은 협력업체들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로 인한 여파를 우려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기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이중 부담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향후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입법화를 위해 정기상여금이나 식대 등이 포함되지 않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통상임금에 맞춰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가져올 최악의 상황은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심화다. 김혜정 충남연구원 연구원은 '위탁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 영향요인'이란 논문을 통해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면 납품생산물 구매비용이 하락하고, 이는 납품단가를 낮춰 결국 협력 중소기업의 상대임금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중소기업의 혁신을 방해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근로자는 구직난에 시달리는 일자리 미스매칭의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자동차 부품 사출가공 업체 B사 대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하는 방법들을 찾아야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재 중국에 나가 있는 자동차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걱정했다.
자동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타 업종에서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의류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사 대표는 "전반적으로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의 여파는 특히 도금ㆍ도장ㆍ열처리 등 뿌리산업 업계에 더 강하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판결 이후 중견기업계에 '줄소송' 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통상임금 소송을 겪은 100인 이상 사업장은 전국 192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115개 기업은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에 부는 미풍이 협력사에는 태풍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1심 판결이기 때문에 향후 재판을 지켜보면서 향후 소송전 등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