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채태인 "몸 관리 눈떴다"…이젠 '방탄유리'
잦은 부상에 '유리 몸' 별명
넥센 이적으로 전환점 "이지풍 코치 만나 아픈 곳 없이 성적 내는 비법 터득"
올해 늦깎이로 생애 첫 FA "롱런 자신감, 야구 시계는 지금부터"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야 감이 잡힌다."
프로야구 넥센의 중심타자 채태인(35)은 "요즘 야구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가볍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히 아픈 곳 없이 한 시즌을 버텨내면서 성적을 내는 비법을 터득했다. 선수생활을 좀 더 오래,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고질적인 부상에서도 해방되었다고 확신했다. 채태인은 그동안 어깨와 발목, 허리, 무릎 등이 번갈아 아팠다. 프로에 데뷔한 2007년 이후 한 시즌을 온전히 버텨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2014년과 지난해 출장한 124경기가 최고기록.
삼성에서 지난해 넥센으로 트레이드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39)를 만나면서다. 채태인은 "20년 넘게 익숙했던 야구에 대한 생각과 방향이 (이 코치를 만난 뒤로)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 "나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선수였다. 경기장 안팎에서 늘 야구만 생각하고, 성적이 좋든 나쁘든 그 부분에 집착해 스트레스가 컸다. 이 코치가 추구하는 방향은 달랐다. '훈련과 경기하는 서너 시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기분을 전환하거나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쓰라'고 했다. 신선하고 나한테 잘 맞았다. 집착에서 벗어나니 비로소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이더라."
겨울 훈련을 착실히 한 결과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데도 타격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즌을 마감할 만큼 큰 부상이나 위기도 없었다. 지난 13일 한화와의 홈경기(9-1 넥센 승)에서는 2-1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맞히는 3타점 2루타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올해 여든아홉 경기에 나가 홈런 열두 개 포함 타율 0.324(284타수 92안타), 55타점을 남겼다. 주축 선수 중 팀 내 타율 3위,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는 2위(0.910)를 달린다. 득점권 타율(0.321)도 주전 선수 가운데 5위.
넥센은 중심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드암 투수 김대우(29)를 삼성에 내주고 채태인을 영입했다.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가 미국으로 떠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채태인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 열일곱 개(2009년)였다. 구단에서는 홈런을 제외한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뜻하는 'BABIP'에 주목했다. 이 부문 성적이 0.367로 통산 5위다. 체구(187㎝·94㎏)가 크고 발이 느리지만, 스윙이 강하고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기술이 좋아 힘이 실린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로 안타를 많이 친 덕분이다.
넥센이 안방으로 쓰는 고척스카이돔은 홈 베이스에서 중앙펜스까지 거리가 122m, 좌우펜스는 99m다. 외야가 제일 넓은 잠실구장(중앙 125m, 좌우펜스 100m)에 버금간다. 담장 높이는 4m로 사직구장(4.8m) 다음으로 높다. 강하고 빠른 타구로 득점 기회를 살려내는 타자가 유리한데 채태인이 그 역할을 잘 해낸다.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2013년부터 타율 3할 이상을 유지할 만큼 꾸준하다. 그는 "어느 정도 노림수가 생기고, 경험도 쌓이면서 이제는 타석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했다.
올해 활약은 중요하다.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이대호(35·롯데), 김태균(35), 정근우(35·이상 한화),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 등 우리 야구의 스타 선수들과 동갑이지만 자격을 따내기까지 오래 걸렸다. 그는 부산상고에서 투수로 주목받아 2001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어깨 수술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2007년 삼성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면서 뒤늦게 조건을 채웠다. 그때 타자로 전향했다.
우여곡절을 딛고 맞이하는 FA라 감회가 남다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설레기도 하고, 가치를 평가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늦은 나이라고 평가절하할 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막바지로 향할수록 더 기대되는 선수', 그 타이틀을 바라보며 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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