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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행성 보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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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1호(이미지 출처=NASA)

보이저1호(이미지 출처=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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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고안한 '우주 달력'을 기준으로 인류는 12월31일 오후 10시30분께 등장했다. 1월1일 0시는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시점이다. 인류가 농업을 바탕으로 문명을 일군 뒤로 우주탐사를 시작하기까지는 약 '30초'가 걸렸다.
찰나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인류는 지구로부터 13억~30억 광년 떨어진 데서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고 새로 생길 때 나온 힘의 물결, 즉 중력파를 세 번이나 탐지할 만큼 똑똑해졌다(각각 2015년 9월ㆍ12월, 지난 1월).

나사(NASA)가 1977년에 쏘아올린 보이저1호는 지구로부터 무려 207억8384만여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을 무사히 통과해 계속 날아가는 중이다(7일 오후 4시 현재 / 보이저 홈페이지 실시간 측정치). 세이건은 이런 인류가 대견하고 기특했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코스모스)"

나사가 오는 14일까지 '행성 보호관(Planetary Protection Officer)' 채용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인류가 외계 행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외계의 세균 등 유기체가 탐사선에 묻어 지구로 들어오거나 채취한 암석 등에 남은 유기물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걸 막는 일 ▲반대로 우리 우주인과 우주선에 묻은 유기물이 외계 행성을 오염시키는 걸 막는 일이 임무다.
요약하면 인간과 로봇이 우주를 탐사하면서 지구와 외계가 서로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찰나의 찰나의 찰나 같은 시간동안 날려보내고 측정하는 데 몰두해온 인류는 이제 '우주의 위생'을 걱정하고 외계와의 공존공영을 생각한다.

나사는 보이저1호를 발사할 때 언젠가 외계인이 '포획'할 지도 모른다고 보고 세이건이 주도해서 만든 '골든 레코드'를 실어뒀다. 우주공간에서 수억년을 버틸 수 있단다. 제작진은 파도ㆍ바람 같은 자연의 소리,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 아기 울음소리, 키스하는 소리, 수학 기호와 해부 사진 등 지구와 인류를 표현하는 수많은 소리와 사진을 여기에 담았다.

55개 언어로 인사말도 녹음했다. "안녕하세요"도 있다. 작동을 시키라고 바늘을 넣었고 작동법도 표시했다.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이명현은 '골든 레코드'를 "인류의 유서"라고 했다. 어쩌면 외계인이 그 '유서'를 들고 지구로 찾아와 "이게 뭐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행성 보호관'이 "먼저 유기물 검사부터 하자"며 양해를 구하고 막아설까?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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