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 사장단 크게 질책한 신동빈 회장…이유있는 '위기론'
신동빈 "4차 산업혁명 제대로 대응 못해" 사장단 질타
롯데 정체성 '롯데쇼핑' 2분기 어닝쇼크
영업이익 반토막, 사드 악재 해외사업 적자 확대
국내 영업도 부진…유통BU '비상'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올해 처음 열린 롯데그룹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80여명의 계열사 사장들과 임원들의 낯빛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강한 질타가 이어진 탓이다.
신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은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신속하고 과감하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룹 안팎에선 신 회장의 이 같은 위기론이 롯데 유통 계열사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정확히 열흘 뒤 발표된 그룹 유통 계열사의 집합체인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참담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정체성인 롯데쇼핑의 2분기 매출은 7조40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반토막(49.0%)이 났다. 특히 백화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9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55.6%가 감소했고, 할인점은 770억원으로 영업적자가 늘었다. 올해 상반기 할인점 영업적자는 1000억원(960억원)에 근접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중국 현지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영향이 실적 부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백화점 내 중국인 매출 비중이 지난해 3.5%에서 올해 2분기 1.1%로 쪼그라들면서 매출과 수익이 동반 하락했고,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1년 전보다 92.6% 감소한 210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롯데마트 해외 영업손실은 220억원 늘어난 550억원을 기록했고, 상반기에만 8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롯데 유통부문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까지 2분기 매출은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 기존점 매출은 5.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8% 줄어든 610억원을 기록했다. 미세먼지와 무더위 등으로 생활가전 매출이 9.9% 늘었지만, 백화점 핵심 먹거리인 의류(-6.0%)와 잡화(-11.6%), 해외패션(-6.2%) 등의 매출이 줄줄이 감소했다. 할인점의 경우 지난 4월 창립 50주년 할인행사 등으로 2분기 기존점 매출은 4.2% 증가했지만, 상반기 전체 매출만 놓고 보면 0.7% 감소했다. 롯데슈퍼의 상반기 매출도 0.6% 역성장을 기록했다.
신 회장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기'와 '혁신'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도 그는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라는 주역 구절을 인용하며 "진심을 다해 절박한 마음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총수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와 중국의 사드 보복,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맞물리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이에 신 회장은 롯데 계열사들을 4개의 사업부문(BU)으로 나누고 BU마다 부회장인 BU장이 총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BU장이 산하의 계열사를 직접 챙기도록 한 책임경영을 강화한 조치였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롯데가 유통회사라는 정체성을 증명하는 곳이지만 기술의 발달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결과 최근 실적이 너무 부진하다"면서 "이원준 롯데BU장의 어깨가 매우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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