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군기반장 vs 차포 뗀 인수위원회…국정委 60일간의 활동 종료
국정기획위 60일 활동 종료…오는 19일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발표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임철영 기자]"첫날부터 완장 찬 국정기획자문위원회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했는데 그것을 지키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다만 중간에 한 부처 보고를 받지 않은 사례가 있었는데 그것은 정말로 생각 이상으로 대화가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13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약 60일간의 활동을 마무리 짓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출범한 국정기획위는 '완장 찬 군기반장'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차ㆍ포(車包) 뺀 힘없는 인수위원회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출범 초기 국정기획위는 '점령군'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막강한 위세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년간 보수 정부와 우리는 다른 국정철학을 갖고 운영하다"면서 "새 정부 국정 철학을 현 정부의 관료들이 제대로 느끼거나 공감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고 비판했다. 실제 통신비 인하 문제를 두고서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안전처는 업무보고 내용이 언론에 사전 유출됐다는 이유로 보고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가 정책 혼선, 이해당사자들의 저항 등을 언급하며 철저한 보안을 강조한 탓에 정부, 공기업 관계자들은 입에 지퍼를 달기도 했다. 국정기획위 측에서 "새 정부에서 확정하지 않았는데도 정부 보고가 알려지면 정책 혼선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업무보고 때마다 '보안'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드릴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야만 했다.
약 60일간의 활동 기간 동안 국정기획위는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고 지원 ▲일제고사 폐지 ▲기초연금 인상 ▲퇴직금 지급자격 완화 ▲쌀 생산조정제 도입 ▲전통시장 육성, 화재 예방 ▲육아휴직 확대 ▲소득재분배라는 조세 원칙 확립 ▲통신비 인하 ▲실손보험료 인하 ▲실업급여 인상, 수급 대상 확대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등 굵직한 공약 이행 방안들을 제시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대통령에 보고된 뒤 확정되는 현안들 가운데는 더욱 민감하고 의미 있는 내용이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국민보고를 통해 제기될 국정과제에는 이미 알려진 국정과제 이상의 개혁안들이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새 정부 정책 방향을 제시하다 보니 야당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문기구에 불과한 국정기획위가 월권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국정기획위는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기구로,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짓고 집행을 명령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정기획위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것은 대통령의 친위기관임을 이용해 호가호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국정기획위가 외부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 기구처럼 보였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종전의 인수위원회는 인사 추천과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통해 힘을 썼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의 경우에는 문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 방향을 조기에 확정을 지으면서 상대적으로 힘이 빠졌다. 더욱이 새 정부가 출범해 대통령 비서실이 가동됨에 따라 인사 추천 기능도 갖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새 정부 국정과제 역시 국정기획위 외에도 청와대 주도로 국민인수위가 구성됨에 따라 국정과제 설정도 이중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자연히 국정기획위가 가진 권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임을 자임하는 문재인정부로서는 국정기획위의 국정과제 못지않게 국민인수위에서 접수한 국민의 제안에 의미를 두고 있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정기획위는 자문위원회라는 한계와 인력, 조직, 시한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정기획위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그동안 월화수목금금금 주말 없이 열심히 해 온 것은 잘 아는 것처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이고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실천계획서를 만드는 시간이었다"면서 "힘들었지만, 그 어떤 일보다도 지난 60일은 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기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14일 해단식을 하고, 15일 공식 종료한다. 다만 '국정계획 발표 준비단'이 국정기획위가 있었던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남아 오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대통령과 국민에 보고를 준비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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