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정말 없었나" 한·일 위안부 합의, 오해와 진실
日 "군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 입힌 문제"
외무상 홈페이지, '10억엔 거출' 기시다 외무상 발표 삭제
"진솔하고 용기 있는 자세로 대응하자"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퇴임 전날인 지난 6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를 방문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일본 정부가 사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오후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근혜 정권 마지막 여가부 장관인 강은희 장관이 오후 5시 넘어 연락도 없이 정대협 쉼터를 찾아왔다"며 "김복동 할머니가 식사하시다 손님을 맞이했는데 기막히게도 할머니께 '일본 정부가 사죄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장관 측은 할머니와 대화 도중 '아베 사과 표현'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사죄와 반성을 표한 것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日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 2015년 12월 28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시다 외상은 발표문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한 이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나 반성이란 표현을 한 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는 피해자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금년에만 아홉 분이 타계해 마흔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하에서 최선을 기울여 이루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28일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 최종 타결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러나 피해자들과 사전 합의가 없었고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못한 채 '최종 해결 및 소녀상 이전 약속'을 해줬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대협은 "피해자들과 국민의 바람을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할머니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는 정치적 야합일 뿐"이라고 말했다.
합의문 발표이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아시아여성기금과 같은 민간 차원의 지원금이 아닌 일본 정부 예산에서 10억엔을 출연했다는 점, 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뜻을 밝힌 점 등은 성과로 봤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사과 표명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졸속된 합의·이어지는 망언=한일 합의 이후에도 꾸준히 일본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있다. 공식적인 합의문서도 없고 피해자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아 졸속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다 망언들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한파 일본 학자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를 보면 2015년 12월23일 오후 그는 정대협 사무실을 방문해 윤미향 대표와 만났다. 책에 따르면 '윤 대표는 해결을 강하게 바라고 있었고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 해결은 2월 중이 좋겠다 했다'고 전했다.
24일에 귀국했던 하루키 교수는 다음 날 25일 아베 총리의 지시로 후미오 외무상이 방한해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28일로 결정된 외교장관회담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발표는 이뤄졌다.
하루키 교수는 일본 외무상 홈페이지에는 '한일 양국 외교장관 공동기자발표'라는 문서가 별도로 수록돼 있다고 밝혔다. 문서는 당일 구두 발표의 주요 부분을 각각 3항씩 담은 것으로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도 수록돼 있다. 그러나 일본 외무상 홈페이지에는 10억엔의 거출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의 발표가 삭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합의 이후 아베 총리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졌다면 쏟아지는 망언도 중단됐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노즈카 다카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주재 일본 총영사는 지난달 말 "위안부는 돈을 받은 매춘부들이었다"며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 여성들을 성 노예로 삼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조지아주에 세워질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그것은 예술 조형물이 아니라 증오의 상징이자 일본에 대한 분노의 상징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 작가가 SNS 계정에 '그 소녀(소녀상)는 귀여우니 모두 함께 앞으로 가서 사정애 정액투성이로 만들고 오자"고 적어 신작소설이 국내 판매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한일합의, 수술대 오를까=정현백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은 7일 열린 취임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진솔하고 용기 있는 자세로 대응하자"며 "화해치유재단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 검증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황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7일 첫 정상회담 이후 요미우리신문은 재작년 말 위안부 합의와 관련,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하자"고 말했고 아베 총리는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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