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주의 VS 경제민주화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6·10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무성했던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경제민주주의와 경제민주화는 큰 틀에서 차이가 없고 같은 말이라는 게 경제계의 의견이다. 외국 학자들은 과거부터 경제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라는 말을 써왔다.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어 정치인들이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당시 헌법 개정에 참여했던 김종인 전 의원이 자신이 이 용어를 헌법에 넣었다고 주장해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져 왔다.


주진형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썼다"며 "둘은 같은 말이다. 사실은 경제민주주의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러나 그 말이 지나치게 김종인이란 특정인과 연관된 것처럼 들려서 문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중 되도록 그 말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민주주의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법론과 연관이 있다. 경제민주주의는 양극화가 심화된 현 시점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계와 노동계가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우리 사회가 함께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 전 부실장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때 주로 "무엇"을 생각하느라 "어떻게"를 소홀히 해왔다"면서 "그 '어떻게'가 바로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라고 말했다.


그 동안 정치권에선 경제민주화 논의가 무성했다. 그 방점은 주로 재벌개혁에 찍혀 있었다. 김 전 의원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지도자의 의지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 전 의원을 영입하고 경제민주화 주도권을 가져왔지만, 당선 이후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자체도 활용도가 떨어졌다.

AD

주 전 부실장은 현 시점에서 경제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민주주의는 단순한 구호나 일시적인 정치 수사가 아니다"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지나치면 정치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은 20세기 인류 역사가 가장 중요하게 배운 정치적 교훈이다. 그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그 표현을 굳이 피해가는 것은 이미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피해서 길을 새로 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주의의 방점을 사회적 대타협에 찍었다. 이를 위해선 경제 주체들 간의 양보와 배려,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재벌개혁보다는 소득 재분배, 일자리 창출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재계와 노동계는 이 과정에서 따를 고통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경제민주주의를 위해 만든다는 새로운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