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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소설로 인간 이롭게 하고파 …원칙과 도덕 되찾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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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연재물 묶은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발간

작가 이외수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가 이외수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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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처럼 제 소설이 가급적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희망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소설가로 남고 싶은 겁니다"

올해로 문학인생 43주년을 맞은 작가 이외수(71)는 여덟 번째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해냄출판사)'를 발간했다. 작가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쓰기가 갖는 의미를 '홍익인간'과 '장인정신'에 빗대어 말했다.
이 작가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뿌리는 장인정신에 있다"면서 "남이 쓰는 물건을 온갖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이야 말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모든 예술인들이 장인정신이 그 정신적 뿌리를 두고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가치가 상당히 등한시돼 왔다"면서 "실제로 오늘날 많은 부분에서 대한민국은 문화적인 열등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을 예로 든 그는 "블랙리스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면서 "경제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문화가 후퇴돼 있으면 후진국을 면할 수 없다. 앞으로는 원칙과 도덕성이 회복되고 상식이 되찾아지길 바라고 또 조금이라도 제 소설이 거기에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간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그가 2005년 선보인 장편소설 '장외인간 1, 2' 외에 12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1, 2권)이다. 지난해 9월 구상을 시작해 올해 초 모바일에 공개한 소설로 카카오페이지 문학 분야 누적구독자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지난 2월20일부터 5월 말까지 카카오페이지 채널에 80회 분량으로 연재됐으며 총 40만 독자를 불러 모았다. 종이 단행본은 인터넷 연재 종료와 동시 출간됐으며 점자책과 점자전자도서(VBF 파일)로도 제작됐다.

모바일로 먼저 독자들과 만난 데 대해 작가는 "책을 너무 안 읽는 시대가 왔다"면서 "서점만 시장은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도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웹진 연재에 도전했다"고 했다.

신간에 앞서 그는 2014년 소설집 '완전 변태-창작집'을 발간했지만 곧 이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진 못했다. 또 위암과 폐 기흉, 유방암 등 연이은 암투병도 큰 고비였다. 그는 "문학관과 감성마을 관리 등 여러 일이 겹쳐서 소설 외적인 일이 많아 소설쓰기가 마땅치 않았다"면서 "완치 확정 판결을 받고나서야 소설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그동안 늘 제 마음에서 빚처럼 남아있던 거다"고 했다.

소설은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서른 살 청년이 식물들의 제보와 도움을 빌려 사회악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합리와 부조리, 갑(甲)질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한 상상력으로 뒤엎는 작품이다.

주인공 외에 식물들과의 염사(念寫)를 도와주는 백량금, 눈빛과 마음으로 식물의 상태를 감지하는 꽃가게 주인 한세은, 예리한 분석력을 소유한 괴짜 검사 박태빈, 정의를 위해 홀로 투쟁하는 기자 노정건이 식물들과 함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꾸려 나간다.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된 4대강 사업의 요주의 인물들을 찾아 응징하는 과정이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그 가운데 동물 학대, 성폭력, 언론 왜곡, 뇌물 수수 등을 자행한 인물들을 추적, 식물들과 공조해 그들을 개과천선토록 하는 내용이 엮여 있다. 작가는 인간의 구원이 사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진정한 구원을 위해서는 생각뿐 아니라 행동도 수반돼야 함을 역설한다.

이 작가는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는 빠졌지만 사찰단 명단에 올랐다. 그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인물들을 떠올린다는 물음에 대해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진 않았다"면서 "철저히 허구이자 상징적 인물로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첫 장편 데뷔작부터 '순수한 인간이란 존재와 인간의 구원이 가능한가'를 끊임없이 천착해왔다. 그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힘임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시대에도 문학이 시대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촛불시위야말로 엄청난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행복을 예고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데 대해 "시인 출신 장관이 나오면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이 남다를 것"이라면서 "특히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수정하는 데 앞장서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 작가는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났다.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대표작으로 현대 젊은이들의 소외와 방황, 절대고독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한 '꿈꾸는 식물', '들개, '칼', 풍류도 사상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 잠재해 있는 신비와 환상을 화두로 삼아 인생의 궁극적 의미를 묻는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괴물', 그리고 인간성 상실과 감성의 실종을 추적한 '장외인간'이 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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