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의 책과의 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정신적 여백 필요


'생각'을 샘솟게 하려면…매일매일 "멍 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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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집도 가구도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주부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가전이나 살림살이를 내다버리고 생활공간을 간소하게 하자며 시작됐던 유행이 한동안 젊은이들에겐 오래된 옷이나 들추어보지 않던 책을 정리하게 하고, 나아가 패션이나 디자인, 건축 등 우리생활 곳곳에서 단순하고 절제된 콘셉트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물건이 아닌 미래에 대한 강박, 인생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는 '마음 비우기', 그리고 이제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마저도 정리하자는 '관계 리셋'까지 등장하고 있다.

"더욱 열렬히,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는 '멍 때리기 대회' 역시 이미 올 봄까지 서울에서만 네 번째 열린 행사가 됐다. 참가자들은 대략 한 시간 반 동안 웃거나 이야기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만지거나 졸지도 못한 채 일정한 심박 수를 유지하며 최대한 초점 없는 '멍한' 표정을 유지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일 분 일 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진정한 '쉼'을 준다는 게 이 이색적인 대회의 취지다.


이처럼 버리고, 정리하고, 단순화하는 게 오히려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원리는 '생각', 즉 '뇌'에도 적용된다. "먹고 자는 시간을 줄여서 일에 몰두하는 것과 일하던 중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뇌 재활 전문 작업치료사인 스가와라 요헤이가 지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는 우리 뇌에 휴식을 줄수록 오히려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는 임상 현장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뇌의 힘을 최대한 발휘하는 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첫 번째 비결은 무언가 막힌 문제 앞에 놓였을 때 '내'가 아니라 '뇌'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뇌는 경험한 것을 알고는 있지만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뇌 속에 이미 답이 있으나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상태'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뇌 속에 있는 답 알아채기-멍 때리기-자신을 외부의 관점에서 보기'라는 세 가지 법칙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깨달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한다.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쥐어 짜내려만 할 것이 아니라 그저 뇌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태의 아이디어를 잘 알아챌 수 있도록 불필요한 감정이나 생각을 멀리 쫓아내기만 하면 된다.


이 법칙을 잘 실행할 수 있게 되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사람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깨달음은 타고난 재능이나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닌 이런 법칙을 잘 활용하는 '기술'인 셈이다. 이 때문에 '멍 때리는' 시간은 결코 뇌의 휴식시간이 아니다. 내향 네트워크로 전환해 필요한 정리 작업을 하는 상태다. 일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필요 행위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생활 습관도 알려준다. 매일매일 충분한 수면은 기본이요, 엉덩이에 힘을 준 바른 자세로 산책을 하거나 식사 때 여러 번 꼭꼭 씹어 먹는 것,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기 전 가볍게 조는 행위도 '좋은 멍 때리기'를 위한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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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멍을 때려 볼까? 혹여 이 모습을 본 회사 상사가 "일 안하고 왜 그리 멍 때리고 있냐"고 핀잔을 주거든 "지금은 정신의 여백을 만드는 중"이라고 읍소해 보자.


스가와라 요헤이 지음/김지은 옮김/팬덤북스/1만2500원.

스가와라 요헤이 지음/김지은 옮김/팬덤북스/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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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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