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계절에도 여름과 같은 이름이 있을까, 선하고 아름다운 개와 고양이들이 먼저 가진 이름을
 새로운 봄과 새로운 곡우(穀雨), 새로운 가을과 새로운 겨울이 갖고


 차가운 계절의 미래에서 우리는 철 지난 천사들을 비껴갈 수 있을까, 맑은 세포처럼 긴 이름을 믿고
 겨울의 절기마다 물백신을 믿고
 천사의 새 얼굴을 외우면 먼 안개를 기억할 수 있을까

 밤새 희고 단정한 꽃을 갖고 싶을 때
 길을 잃으면 어디든 미래와 비슷해 보여


 우리는 우리의 긴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시간, 우리의 얼굴을 전부 외울 수 없는 마음이 어디에서인지도 모른다


[오후 한 詩] 밤새 희고 단정한/ 안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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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나는 이 시의 모든 구절들을 감득하지 못했다. "차가운 계절의 미래"나 "철 지난 천사들", "맑은 세포처럼 긴 이름", 그리고 그것들을 비껴가고 믿는다는 게 무엇인지 오롯이 알 수가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시는 산문처럼 정확하게 쓰는 게 아니다. 시는 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미농지에 비친 달그림자 같은 마음을 간신히 붙잡아 옮겨 적은 것이다. 그 마음들이 겹치고 어울려 비로소 어떤 한 세계가 떠오르는 게 시집이고. 그러니 어떻게 쓱 보고 단번에 알 수 있겠는가. 나는 궁금하고 궁금하다. "밤새 희고 단정한 꽃을 갖고 싶을 때"의 마음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얼굴을 전부 외울 수 없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펼쳐질까, 아니 이미 다른 지면에 적혀 있을까, 알고 싶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내가 자꾸 시를 읽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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