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 중국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경과 이욱의 詞

꿈속 저 먼 곳-남당이주사

꿈속 저 먼 곳-남당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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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詞)란 시보다 격률이 느슨하고 글자 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문학 형식이다. 중국 당나라 중기부터 쓰이기 시작해 오대십국 시기를 거쳐 송나라 때 이르러 크게 유행하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는 읊고 사는 노래한다. 그러니 사란 노래할 수 있는 시다. 역락출판사에서 이경의 사 34수와 그의 아버지 이욱의 4수를 담아 ‘꿈속 저 먼 곳-남당이주사’를 펴냈다. 중국남경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권용호 한동대 객원교수와 윤희순 시인이 함께 번역했다.


남당의 2대 황제 이경의 사는 경물에 자신의 감정을 절묘하게 기탁하여 사의 표현력을 한층 더 끌어 올려주었다.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기탁함이 너무 자연스러워 억지로 꾸민 티가 나지 않았다. ‘응천장’의 첫째 단락 마지막 구절을 보라. ‘종잡을 수 없는 바람에 꽃마저 떨어지니/이내 마음 서글퍼지네’. 이 구절은 날로 국력이 쇠락하는 자신의 나라를 여인의 마음으로 경물과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표현하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꾸민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 구절에 역대 주석가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청나라 사람 진정작은 ‘운소집(雲韶集)’에서 “‘풍부정(風不定)’ 세 글자 중에는 얼마나 많은 시름과 원한이 있는가. 알게 모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끝맺을 때는 쓸쓸하고 은근한 것이 원인 소곡에도 이런 처량함이 있지만 이런 따뜻함과 완곡함은 없다. 옛 사람들이 이 사를 높이 평가한 이유이다”라고 했다.


이경의 여섯 번째 아들 이욱에 와서 남당은 패망한다. 이욱의 사에는 망국의 군주로서 무거운 자책감과 호화로웠던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사는 남당 패망을 기준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패망 전의 작품은 사치스런 궁정생활과 황후와의 애정을 묘사한 것이 많다. ‘보살만’은 아내 대주후의 병문안을 핑계로 궁궐을 드나들던 여동생과의 은밀한 정을 나누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꽃 피고 희미한 달빛에/안개 자욱하니/오늘은 임께 달려가기 좋은 밤./버선발로 사뿐사뿐 섬돌 오르고,/손엔 금실 수놓은 신발 들고서.//화당 남쪽에서 만나/잠깐 임께 안기니 몸 떨려./소첩은 나오기 어려우니,/임께서 마음껏 사랑하시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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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년 남당 패망 후의 사는 일국의 군주로서 포로가 된 비참하고 비통한 심경을 진솔하게 표한하였다. ‘망강남’에는 ‘얼마나 눈물을 흘렸든지,/두 뺨 타고 턱 아래로 뚝뚝 떨어지네./근심이 있거든 눈물로 말하지 말고,/눈물 흘릴 땐 봉황 생황 불지 마소,/애간장 끊어지듯 더 아프니’라고 했다. 다섯 구절에 “눈물(淚)”이 세 차례나 들어가 있으니 그 마음의 진솔함과 고통의 강도를 잘 알 수 있다.


‘꿈속 저 먼 곳-남당이주사’는 중국학자 왕중원(王仲聞)의 ‘남당이주사전주(南唐二主詞箋注)’의 고증에 따라 이경과 이욱의 작품이 확실한 작품 38수(이경 4수, 이욱 34수)를 함께 수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른쪽 판면에 원문과 아래에 주를 달아 한시의 원문과 함께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경, 이욱 지음/권용호, 윤희순 옮김/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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