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10개월 연속이다. 수출 회복세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완연한 회복을 점치기에는 미약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1.00%로 올린 후에도 한은은 여러 차례 '금리인상 신중론'을 시사해왔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을 따라 기계적으로 올리지 않겠다"고 당분간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조동철 금통위원 역시 "한국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아직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보이지 않다는 판단이 '동결'의 근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수출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반도체·화학제품 등 일부 업종의 개선에 한정된 데다 이같은 흐름이 부가가치 창출이나 고용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영향 역시 향후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날 함께 발표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상향 가능성은 크지만 그 폭은 0.1%포인트 가량의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출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반도체에 치우쳐 있어 내수경기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안요인이 많다"며 "내수와의 괴리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금통위의 입장에선 가계부채 문제 역시 여전히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작년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344조원으로 1년 전보다 11.7%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5년말 기준 169%로 OECD평균인 129.2%를 훌쩍 넘어섰다. 2010~2015년중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도 21.4%포인트로 OECD평균치 (-0.5%포인트)를 한참 뛰어넘었다.
특히 취약계층의 부채는 한은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 혹은 저소득 차주인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2015년 73조5000억원에서 2016년 78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도 지난 2월말 300조원을 넘어선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가계부채는 금융안정 관점에서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라며 "질적인 측면에서 2금융권 가계대출 역시 눈여겨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는 7주만에 열렸다. 올해부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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