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장사의 주주총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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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재계가 권력기관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하면서 '사외이사의 권력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부처 출신의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권), 법피아(법조계), 금피아(금융권)가 한 자리씩 꿰차면서 '감시와 견제' 기능의 역주행이 우려된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재계가 투명경영 강화와 정경유착 근절을 선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4일 본지가 주요 그룹 소속 상장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시한 사외이사 선임안을 분석한 결과 권력기관 출신들이 여전히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대전고등법원장 겸 특허법원장 출신의 최은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를, 기아자동차는 국세청장 출신의 김덕중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각각 사외이사 및 감사로 영입했다.

SK그룹에선 SK이노베이션이 국회의원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연대 특임교수를, SK네트웍스는 관세청장 출신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고문을 재선임하고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차장검사를 지낸 이천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를 선임했다. LG전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를 영입했다. 홍만표 전 검사장이 사외이사로 활동했지만 지난해 6월 법조비리 논란과 맞물려 중도 퇴임한 바 있다.


주총 안건을 확정하지 않은 삼성전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지난해 3월11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 자격을 '대표이사'에서 '이사'로 확대해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한화테크윈, 한화케미칼, 한화손해보험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퇴직 임원들을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영부실로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기업 중에는 금피아 선호현상이 뚜렷하다. 현대상선의 경우 3명의 신임 사외이사 모두가 해운과 무관한 금융권 출신이었고 대우건설도 3명 가운데 2명이 금융권, 1명이 법조 출신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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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들의 신임과 재선임 사외이사 후보 126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획재정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판ㆍ검사 등 '5대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33명으로 전체의 26.2%로 파악됐다. 1년 전 30.8%보다 4.6%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권력기관 출신이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작년 33.8%에서 45.2%로 11.4%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낸 32개 대기업집단 소속 292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 483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2006~2015년 사외이사 분석'에 따르면 관료 출신은 지난 10년 평균 32.49%로 학계(30.3%), 재계(25.75%) 출신보다 높았다.


재계는 권력기관 출신 선호현상이 비판을 받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재계 관계자는 "권력기관 출신들의 경륜과 식견, 인적네트워크가 기업으로서는 견제와 감시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활동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최근처럼 행정공백과 대선정국, 국회에서의 경제민주화 입법강행 등의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절박함과 권력기관 출신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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