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영철은 김강태의 시에서 '불꽃의 투혼', '불꽃처럼 자기를 태우는 창조적 에너지, 그 순간적 폭발력을 존재에 들어붓고자 하는 실존적 몸부림'을 본다. 또한 그는 김강태의 시에서 보이는 해체주의적 포즈에서 1990년대에 현신한 이상(李箱)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김영철은 썼다. "이상의 시가 1930년대의 반역이라면, 김강태의 시는 1990년대의 저항이다."
나는 김강태가 떠난 다음 여러 달이 지났을 때 그의 대학 후배인 소설가 이용범이 <월간 현대시>에 실은 글을 읽었다. '아름답고도 슬픈, 동행'. 거기 이런 대목이 있다. "대학 1학년 때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노랫말을 지은 일도 있다. (중략) 번안 곡인 '두 개의 작은 별'을 작사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은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이 바로 그의 손을 거쳐 히트한 곡이다."
지금 '두 개의 작은 별'은 윤형주가 작사한 곡으로 돼 있다. 원래 독일 노래(Zwei kleine Sterne)다. 이런 내용. "창공에 뜬 두 별, 나와 함께 저 멀리 가리. 작은 두 별은 나의 마지막 인사이니 나 떠난 뒤 기억해 주오…." 김강태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대학시절에 쓴 노랫말이 어떻게 가수 윤형주의 노래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로 한 일이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는 곧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장사익이 김강태에게 물었다면 "그러라"고 했으리라. 나중에 알았더라도 별말 없었을 것이다. 어느 날 그를 인터뷰했다. "내가 머무는 곳의 삶은 당신의 삶과 직결돼 있다. 당신의 꿈, 당신의 사랑과 소망, 당신의 행복은 곧 우리 차원의 현실이 된다. 비가 내리는 어느 밤에 문득 그리움의 저편에서 뭐라 설명 못할 행복감이 밀려온다면 내 기도의 기척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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