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썸타는 상품기획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소비자와 썸 타는 직업입니다. 서로 밀고 당기는 거죠."
검정 뿔테와 오버핏 코트를 걸친 김병준 LF 상품기획자(MD)는 MD라는 직군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하나가 잘 됐다고 해서 고객 반응이 지속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기 때문"이라며 "연애로 따지면 밀당의 개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박 코트의 탄생은 김 MD의 직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여성복에 먼저 적용된 어깨선이 내려오고 가슴 품이 넉넉한 '오버핏' 스타일을 합리적인 가격대의 남성복에 어떻게 적용할 지 고민했다. 김 MD는 "특별한 디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이 출시되면 잘 팔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MD로서의 직감은 다년간 몸소 체득한 경험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정통 신사복 브랜드인 마에스트로를 거쳐 컨템포러리 브랜드 질스튜어트 뉴욕에 5년가량 몸을 담갔다. 이 과정에서 시련도 있었다. 그는 입사 초기 업무가 너무 많아 좌절하기도 했다. 그는 "패션 MD는 시즌마다 100~200개 스타일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며 "올해 봄ㆍ여름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다음 시즌인 가을ㆍ겨울 상품을 생산하고, 내년 봄ㆍ여름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업 부서도 많다. 그는 디자이너부터 생산, 마케팅, 영업 등 총 6개가량의 부서와 소통해야한다. 목표로 하는 옷이 나오기까지 끊임없이 설득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 MD는 MD의 필수덕목으로 '균형'을 들었다.
그는 "MD는 옷을 보는 감각과 반대로 이성적인 논리를 갖춰야한다"며 "'이 옷 예쁘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예쁜데 얼마나 팔 수 있을까', '어떤 가격에 생산할 수 있을까', '이익은 어느 정도 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변화 없이 안정성만 추구해서도 브랜드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간자적인 줄타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