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부터, 영어, 컴퓨터, 탁구, 요리 등 다양한 야학 수업 진행
-"야학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았으면"

▲왼쪽부터  김병호씨, 최건희씨, 서창일씨

▲왼쪽부터 김병호씨, 최건희씨, 서창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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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 야학을 통해 저 같은 사회적 약자도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그 자체를 배웠지요."


최근 서울 용산구 원효로 '홈리스행동 아랫마을'에서 만난 서창일(51)씨의 말이다. 야학을 통해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주로 영등포역 주변을 전전하던 서씨는 3년 전 우연히 여의도에서 열린 권리교실을 통해 홈리스행동을 알게 됐고 그 길로 야학까지 듣게 됐다. 그는 재작년부터 기술교육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서씨는 "홈리스들은 그냥 무작정 어딘가에 앉아 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한글이나 자신들한테 필요한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다"며 "금융 피해나 기초생활수급과 관련된 상담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야학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홈리스 야학은 2010년 개교했다. 한글부터 영어, 컴퓨터, 탁구, 요리, 요가, 사진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해왔다. 권리교실은 필수 과목이며 봄날엔 소풍, 엠티도 간다. 아웃리치 형태의 인권 지킴이 활동도 야학의 일부다.

종각역 탑골공원이 제2의 고향이라는 김병호(57)씨는 몇 년 전 야학을 통해 처음 한글을 깨우쳤다. 아직은 받아쓰기가 서툴지만 제법 읽고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는 "한글 수업은 사람이 많아서 두 반으로 나눠서 진행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야학을 배운 다음부터 김씨는 종각역에 잘 가지 않게 됐고 최근엔 성북구로 터전을 옮겼다. 그는 "이곳 단체 후원금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어 마음이 참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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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홈리스 야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건희(24)씨의 담당 과목은 영어다. 최씨는 "단순히 집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집이 있어도 소유하지 못 하거나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는 것도 홈리스라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내가 배웠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는 야학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 야학의 묘미는 매일 저녁 다 같이 나눠 먹는 저녁밥이다. 비용은 1000원이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내지 않아도 된다. 서씨는 "길거리에서 하는 무료급식을 많이 먹어 봤지만 음식이 형편없기도 하고 반찬을 하나 남기면 쿠사리(핀잔)를 듣기도 했다"면서 "차별 받는 것 같아 그럴 때마다 속상했지만 야학을 통해 식구처럼 다 같이 낮에 뭐했는지 얘기도 하고 함께 모여 밥을 먹으니 좋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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