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제11회 입양의 날, "가슴으로 낳은 아이, 전입 신고하라니 가슴 아파요"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아이가 운명처럼 저희한테 온 거에요."
서울에 살고 있는 정민준(가명·49)·강희영(가명·여·45)씨 부부는 지난해 아들 현우(가명·4)와 맺은 인연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많았다. '애들 다 키워놓고 뭣 하러 또 하나 키우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부부에겐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이 된 딸들이 있다. 그러나 부부는 현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강씨는 "1년 정도 센터(영아원)에서 봉사를 하면서 아이를 일주일 정도 집에 데리고 있었을 때였는데 남편도 그렇고 애들도 너무 현우를 예뻐했다"며 "집에 현우가 왔다갈 때마다 안쓰럽고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
현우 덕분에 잘 모이지 않던 가족들도 같이 모여있는 시간이 늘었다. 강씨는 "아이들이 다 커서 대부분 자기 일을 따로따로 했었는데 현우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같이 더 모이게 된다"며 "지금 한창 예쁠 나이라서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가족관계증명서엔 현우가 '출생신고'가 아닌 '전입신고'로 표기된다"며 "주변 지인들에겐 다 알린 사실이지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 입양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입양특례법은 입양 허가를 받기 위해선 아이의 친부모에 의한 출생신고를 우선적으로 하게끔 돼 있는데 이 때문에 입양된 다음 아이는 전입신고로 기록된다.
처음부터 입양 결심이 쉬웠던 것은 결코 아니다. 김씨는 "둘째를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사람인데 입양한 아이와 낳은 아이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사회인이 됐을 때 내가 낳은 자식보다 입양한 자식이 더 잘 되면 내가 정말 기쁠까'라고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둘째딸이 오는 순간 그런 고민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둘째가 밤에 깊이 잠드는 시간 외에는 누워 있었을 때가 많지 않았다"며 "세 식구가 둘째한테 푹 빠져 하루 종일 업고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아이들을 입양했으며 현재 입양 가족 모임인 '홀트 한사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육아가 힘든 것이지 입양이 힘든 게 아니다"며 "결혼과 출산, 입양은 법이 허락하는 가족이 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입양의 날인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서 국내외 입양 허가를 받은 아이는 1057명으로 국내 입양은 638명(64.6%), 국외는 374명(35.4%)이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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