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비싸네, 경매 감정가의 배신
아파트값 뚝뚝뚝…혼돈의 경매시장
경매 결정 후 4~6개월 뒤 실제 진행
가격 급변기 몇억원까지 금액 차이
싼값에 내집 마련前 실거래가 확인 필수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난달 P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9㎡ 규모의 아파트를 18억7500만원에 낙찰받았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87.2%. 감정가인 21억5000만원보다 무려 2억7500만원 싸게 낙찰받은 것이다. 하지만 시세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아파트의 시세(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는 17억6000만~20억8500만원 수준. P씨는 최저가보다도 1억1500만원 비싸게 산 셈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와 금리 인상 우려 등에 최근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경매 감정가가 시세를 웃도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하강기에 시세 하락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가 P씨처럼 되레 시세보다 비싸게 낙찰받을 수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매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게 혹은 낮게 책정되는 이유는 바로 '시차' 때문이다. 통상 아파트는 경매 여부가 결정된 후 실제 경매가 진행되기까지 4~6개월이 소요된다. 감정가를 책정한 시기가 적어도 4개월 전이라는 얘기다. 감정가가 통상 실거래의 80% 수준에서 결정되지만 실제 경매가 진행할 당시 부동산시장이 하강기라면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유찰을 거듭한다면 시세와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4일 경매가 진행된 도곡렉슬의 경우 지난해 8월 경매개시결정이 났다. 감정가가 책정된 것은 같은 해 9월. 감정가가 경매 진행 4개월 전에 책정된 가격인 셈이다. 이 사이 실거래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도곡렉슬 전용 134.9㎡ 15층은 지난해 8월 21억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해 12월에는 14층이 18억4000만원에 팔렸다. 4개월 새 매매가격이 2억6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종로구 무악동 무악현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5일 경매시장에서 무악현대아파트는 감정가(6억6600만원)보다 1850만원 싼 6억475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97.2%로 종로구 평균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세가 5억6000만~6억9850만원에 형성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매매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경매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셈이다.
또 도봉구 창동의 북한산아이파크도 전용 119.2㎡가 감정가(6억3200만원)의 90.7%인 5억73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매매시세 최저가는 5억4000만원. 급매로 나온 아파트를 사는 것이 경매로 낙찰받는 것보다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감정가는 몇 개월 전에 책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매매시장에서 가격이 하락세일 때는 경매 진행 시점의 시세보다 감정가가 높을 수 있다"며 "요즘 같이 시세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6개월이면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까지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 경매 감정가는 감정하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고 감정시점에 따라 감정가가 들쭉날쭉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입찰에 참여할 경우 반드시 인근 중개업소를 들려 급매 시세 등을 파악해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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