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민국④]"피카츄·라이언, 진짜 아니면 어때"…짝퉁도 없어서 못산다
캐릭터 인기 편승해 인형·액세서리 등 유통 확산
단속·제재해도 그 때 뿐…SNS상 2차시장까지 열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카카오 '라이언', 도깨비 '메밀군' 인형 팝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같은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캐릭터 인기와 인형뽑기 열풍이 합쳐져 뽑기방에서 손수 뽑은 인형을 팔고 사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13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인형뽑기방은 지난해 8월 147곳으로 늘었고, 올해 1월 현재 1160곳이 넘는다. 인형뽑기방의 증가 속도와 비례해 '짝퉁'(모조품)도 늘고 있다. 짝퉁 인형 대부분은 원가 1000원 이하인 중국산 저퀄리티 제품이다.
인형 뽑기 이용객들은 짝퉁 인형을 제 가격 또는 그 이상의 돈을 주고 뽑는다는 실을 알아도 개의치 않는다. 성취감, 수집·과시욕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도전'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인형뽑기방에서 뽑은 카카오 프렌즈·포켓몬스터·도라에몽 등 인기 캐릭터 인형들을 SNS상에서 사고 파는 행태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캐릭터 시장 피해 수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1세대 국산캐릭터인 '마시마로'는 짝퉁이 판을 친 탓에 지난 10년 간 200억원의 피해를 보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짝퉁 캐릭터 단속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앞서 특허청 상표권 특별사법경찰과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1월 21~25일 서울 신촌·대학로·동대문 등에서 짝퉁 캐릭터 합동 단속을 실시했다. 짝퉁 캐릭터 상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인형 및 휴대폰 액세서리 등 1800여점(정품 시가 600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단속과 제재로 주의 환기가 됐을지라도 그 때 뿐이었다. 짝퉁 캐릭터는 올해 들어 더욱 활개치고 있다.
더구나 다수 짝퉁 캐릭터 유통·판매업자들은 저작권 관련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간다. 작정하고 정품과 똑같이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닌 캐릭터 특징과 모양을 조금씩 바꿔서 제조하는 식이다. 제조업체 측에서 "나름대로의 창작물"이라며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짝퉁이 아니다'라는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 영업 손실에 대해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통에 단속반 입장에서는 짝퉁이라고 무턱대고 수거할 수도 없다.
단속에 더해 업계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업자들의 공급과 소비자들의 수요가 맞물리며 정품 사업자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에 울상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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