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재계의 장탄식]'출금의 벽'에 가로막힌 글로벌 현장 경영
이재용 삼성 부회장, CES이어 보아오포럼도 참석 불투명
SK·롯데 등도 대외활동 난항..중 사드 보복에도 속수무책
트럼프 집권 이후 세계 경제 요동 속 총수 리스크 우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오는 3월23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보아오포럼 2017년 연차총회가 열린다. 올해 주제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아시아적 관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들은 '조연'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보아오포럼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한 한국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참석이 불투명하다. 이 부회장은 4년 연속 보아오포럼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발이 묶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출국이 금지된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보아오포럼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기도 했다.
◆재계, 글로벌 경영 마비 장기화 우려 = 보아오포럼은 전세계 경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행사다. 주요 정관계 인사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인맥을 형성하는 빅이벤트여서 우리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아오포럼은 민간 외교의 중요한 창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부회장이 불참할 경우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엮이면서 숨가쁘게 이뤄져야 할 글로벌 경영도 마비 상태다. 재계 총수들은 연초면 으레 해외 사업장을 돌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시장 상황을 점검해왔지만 올해는 출장 계획이 거의 사라졌다. 이 부회장은 매년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전자제품박람회인 CES에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수시로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기업인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해왔던 일정도 올스톱됐다.
SK와 롯데 등 다른 기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으나 올해는 출국금지 조치로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게열사 CEO들은 다보스포럼을 필두로 유럽, 북미, 중국 등 3개 대륙을 돌며 글로벌 현장 경영 활동을 전개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휴업'상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매년 설 전후로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했으나 올해에는 물리적 제약으로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최 회장은 설 연휴기간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과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대상으로 보복에 나서고 있으나 발이 묶인 신동빈 회장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현지에 진출한 롯데계열사를 대상으로 대대적 세무조사와 위생검사, 소방점검을 벌였다.
현대차그룹은 특검 등의 영향으로 정기 인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 현대차는 전통적으로 12월마지막 주에 신년 정기 인사를 실시했다. 해를 넘긴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기업 현장 아닌 법원 출석 일정...답답한 상황" =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계 총수들은 2월 한달간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것과 관련, 법원 출두에 대비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오는 28일 열리는 10차 공판 증인으로 김승연 한화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채택했다.
신동빈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총수들이 검찰, 특검, 법정에 잇달아 불려나가면서 굵직한 의사 결정을 뒤로 미루는 등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집권 이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 총수의 발을 계속 묶어둘 경우 기업과 협력사,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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