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반기업 참회록 쓴다]"안티를 팬덤으로" 재계, 진정성담긴 대책 마련(종합)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등 돌린 국민과 고객에 놀랐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과 특검, 국회청문회 등의 과정에서 확인된 반(反)기업정서와 재벌에 대한 반감(反感)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뿌리 깊다고 보고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재계는 과거 대형이슈가 터졌을 때마다 자정선언과 함께 책임ㆍ윤리ㆍ투명경영을 약속하며 반기업정서 해소노력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반기업정서의 규모와 원인, 해법에 대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등 돌린 민심과 고객, 엄중한 상황인식
23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일각에서 반기업정서를 자극한 면이 없지 않다고 보면서도 대기업들이 그동안 구축해왔다고 생각한 팬덤(fandomㆍ팬층ㆍ우호적 여론)이 취약함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고 자성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최근의 반기업정서는 일반적인 기업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재벌과 재벌 총수에 대한 반감이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반기업정서의 요인도 기업 본질에 대한 오해와 반시장적 제도와 교육 등의 외부적 요인과 함께 재벌과 재벌총수들의 올바르지 못한 경영행태에 의해 발생한 내부적 요인이 결합되면서 폭발력이 배가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영장기각을 전후해 삼성불매운동, '삼성공화국'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한 것은 대기업에 대한 국민경제적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경제력 집중과 경영권 상속 등 일부 대기업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교차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순화 동덕여자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저서 '반감고객들'에서 "많은 기업들이 자극적인 마케팅에 동조하고 즐거워하는 소비자들에게 주의력을 쏟느라 실망과 분노를 쌓아가는 반감고객의 존재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다가 직접적인 분노에 직면하고서야 응급처방에 나설 뿐"이라면서 "하지만 이는 시한폭탄이 터지고 나서야 해체반을 투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정당성의 위기…진정성 담은 대책 마련
삼성과 현대차, SK 등 주요 기업들도 최근의 반기업정서는 기업이 당면한 정당성의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다. 기업의 운영과 존속에 있어서 정당성을 얻기 위해 과거의 단편적인 대책을 넘어서는 진정성이 담긴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미래전략실 주도로 반삼성정서 해소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이 부회장이 '뉴삼성' 기치 아래 이사회에 참여하며 삼성의 고유 트레이드마크인 '관리의 삼성, 의전에 강한 삼성'을 전면 파괴하고 연공서열 타파를 포함한 컬처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회사와 지주회사의 분할, 미래전략실 해체도 예정대로 추진하고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작업 완료 등을 통해 상속형 기업지배구조 시스템을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비판하는 쪽에서 제기해온 약탈형ㆍ상속형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더욱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면 반기업정서는 개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안티를 팬덤으로
현대차는 현대차를 '흉기차'라고 부르는 안티팬을 직적 대면해 이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12월 당시 곽진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안티팬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를 계기로 고객의 의견을 전 부문에 반영하는 H-옴부즈맨를 도입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 12일 200여명의 팀장급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안티현대' 정서개선을 2017년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수단ㆍ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력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SK는 경영철학인 'SK경영시스템(SKMS)'을 공동체의 행복 추구를 핵심으로 개정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와 공존ㆍ공영하며 항상 솔직하고 신뢰받는 SK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하며 상보상성(相補相成)을 제시했다.
롯데는 경영권분쟁과 국적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롯데쇼핑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보유 자회사들의 기업공개도 검토한다. 기업문화도 남성 직원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60%대에 불과하던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현재 95%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족친화형으로 바꾼다. 한화도 김승연 회장이 초심으로 돌아가 젊은 한화를 일깨우자는 주문에 따라 유연근무제ㆍ팀장정시퇴근제도 등을 추진한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반기업정서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식이 있어도 마음이 작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기업과 소유자, 경영자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부당한 것을 강요하거나 강제하지 않고 사회규칙을 존중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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