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각 "김우중이 망하고싶어 망했나..묻어버린다더라"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의 측근이었던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함께 광고업체 지분강탈 시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성각(사진)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묻어버린다더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피해자에게 지분 포기를 종용한 정황이 법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차씨와 송씨 등의 공판에는 이들로부터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의 지분 포기를 강요받은 컴투게더 대표 한상규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한씨에 대한 신문에 앞서 한씨가 송씨와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을 증거조사 목적으로 공개했다. 포레카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씨는 2015년 6~7월 송씨 등으로부터 지분을 넘기고, 그 대가로 포레카의 '바지사장' 역할을 2년 동안 맡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당시 수 차례 이뤄진 통화에서 송씨는 '원칙대로 맞서겠다'는 한씨를 "(말을 안 들으면) 컴투게더가 큰일 날 지경에 처했다. 막말로 얘기하면 (윗선에서) 묻어버리라는 얘기까지도 나왔다고 한다"고 위협했다.
송씨는 "세무조사를 다 들여보내서 (한씨 뿐만 아니라) 컴투게더까지 없애라는 얘기도 했다더라"고도 언급했다. 송씨의 어조는 통화 내내 고압적이었다.
송씨는 또 "그들은 (컴투게더가) 안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108가지가 더 있다"면서 "(윗선에서는) 한상규라는 사람이 양아치 짓을 했다고, 전문적인 기업사냥꾼으로 포지셔닝이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송씨를 포함한 차씨 측 인사들은 한씨를 대면하거나 전화로 얘기하면서 여러차례 '윗분', '그들', '그 양반', '어르신', '회장님' 같은 말로 위에서 조정하는 권력이 있음을 암시했다.
한씨가 "그러니까,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높은 선인가"라고 묻자 송씨는 "그런 거는 자꾸 궁금해하시면 안 된다"거나 "구조적으로 복잡한 데가 있다. 그게 누구냐면, 저도 몰라"라는 말로 답을 피했다.
송씨는 또 "(계속 굴복을 안하면) 형님(한씨) 자체가 위험해져요"라면서 "김우중이가 망하고 싶어서 망했겠느냐"고 위협했다.
한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처지를 거듭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분들이 이 정권하고 궤를 같이 한다면, 몇 년 밖에 못하지 않나. 수 십년을 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송씨는 "수 십년 할 거다"라고 잘라말했다.
한씨가 "내가 테러를 당하든 세무조사를 받든 구속수사를 받든, 그 이상이야 뭐가 있겠느냐"면서 원칙대로 인수전을 벌일 방침임을 밝히자 송씨는 "포레카를 그냥 안 하시면 안되겠느냐"고 노골적으로 포기를 회유했다.
송씨는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례까지 들면서 한씨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성완종은 수백명한테 돈을 뿌리고 자기 편의를 받았을 거다. 그런데 한 번 그렇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니까 그게 안 지켜지지 않느냐"는 거다.
한씨는 "지분의 대부분을 그냥 안겨드리기에는 너무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알거지가 되든 뭐가 되든 무서울 것 없다. 소신을 갖고 정정당당하게 가면, 대명천지에 그런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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