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대한민국③]느는 2030 퇴직
작년 역대 최대 고용보험 상실자 중 2030 절반 차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하루에 16시간 일하는 게 다반사예요. 결혼까지 한 제가 얼마나 더 다닐 수 있겠어요?" 유연근무제란 명목으로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인 중견기업 6년 차 직장인 A(33)씨. 출근 시간만 듣고 자신을 부러워하는 지인들에게 퇴근 시간을 알려주면 깜짝 놀란다고. A씨의 퇴근 시간은 보통 새벽 2시30분. 바쁠 땐 5일 내내 덧붙여 주말까지 출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추가 근무수당은 0원. 그는 또 "밤낮, 주말, 새벽도 가리지 않고 오는 상무님 카카오톡에 아주 질려 버렸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런 식의 생활이 반복되면 가정도 깨질 것 같고 건강도 무너질 것 같아 퇴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둔 근로자 수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보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자 수는 641만명으로 2015년(607만명)에 비해 34만명 늘었다. 전체 피보험자 1265만5000명 중 상실자 비중은 50%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실자 수는 개인 사정, 사업장 이전 등으로 자진 퇴사하는 경우와 사업장 인원 감축이나 폐업 등으로 이어지는 비자발적 퇴사로 구분된다. 상실자 수가 많다는 의미는 그만큼 이직, 퇴직 등이 많아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상실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20대로 164만명(26%)에 달했다. 2015년에 비해 11만명 늘어난 수치다. 전년보다 3만명이 늘어난 30대(144만명·22%)를 합할 경우 2030세대가 절반에 육박했다. 40대도 132만명(21%)으로 전년보다 6만명이 늘어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9세 미만자의 고용보험 상실 사유를 살펴보면 근로조건변동이나 임금체불, 개인사정 등 '자발적 이직'이 70%에 달했다"며 "청년들이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더욱이 자발적 이직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그 내용은 비자발적이기 때문에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려 고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초과 근무수당 지급 등 임금 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 설문 조사 결과 초과근무로 '야근수당'을 받는 비율은 대기업 20.3%, 중견기업 18.7%, 중소기업 14.8%를 차지했다. 대부분 기업이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합법적인 방식으로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괄임금제를 핑계로 많은 기업이 제대로 계산을 하지 않고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일·가정 양립과 개인 생활 존중을 위해선 구시대 산물인 포괄임금제는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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