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희망퇴직'의 역설…고참 '버티기'모드, 젊은 행원 떠난다
최근 3년간 은행원 5000명 떠나…책임자급 비대한 '항아리형' 구조 여전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금융산업의 디지털화(化)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시중은행이 최근 일제히 대규모 희망퇴직 등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실제 지난 3년 동안 5000명이 넘는 은행원이 짐을 쌌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전체 덩치는 줄었으나 책임자급 직원비중이 여전히 높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6개 시중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2013년말 7만6511명에서 지난해 7만1497명(9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3여년 만에 5014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금융권이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비대면 채널을 통한 거래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금융권은 타 산업군과 달리 근무 연한에 따라 무조건 임금이 오르는 '호봉(號俸)제'를 채택하고 있어 고참 직원 비율이 높은 점은 은행의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저마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직원을 한꺼번에 내보내는 추세다.
국내 시중은행 중 리테일 지점을 포함해 직원 수 등 외형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입사 10년차 이상'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약 2800명이 신청했다. KB국민은행은 명단을 추린 뒤 오는 23일께 이들 직원 대부분을 퇴직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KB국민은행의 퇴직예정 직원 상당수가 아직 근무 여력이 충분한 30~40대 영업점 창구 여직원이라는 점에서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선'이란 목적에는 오히려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최근 3년 일반직원 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12월 총 2만816명(당시 정규직 전환된 무기계약 직원 4200명 포함)에서 지난해 9월 1만9312명으로 약 1500명 감소했다. 이들 중 3분의 2(1014명)는 행원 직급이었고, 책임자급 직원은 490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책임자급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5.4%에서 57.2%로 오히려 늘었다.
2015년 말 희망퇴직을 통해 1000명에 가까운 직원을 내보낸 SC제일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과는 정 반대의 퇴직 양상을 보였다. SC제일은행의 총 일반직원 수는 2013년 4348명에서 지난해 9월 3393명으로 총 955명이 줄었는데, 이들 중 약 96%(919명)가 책임자급 직원으로 나타났다. 즉 SC제일은행의 경우 고참 관리자급 직원 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은행의 비효율 원인이 됐던 인력 구조를 크게 개선한 셈이다.
희망퇴직 제도는 내부 공지를 통해 직원들이 '신청'하는 방식으로, 초기 은행의 몸집을 크게 줄일 때는 도움이 됐으나 정작 고질적 문제인 인력구조 개선에는 비효율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작 나가야 할 고참급 직원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고, 오히려 아직 근무가 가능한 과ㆍ차장급 직원이나 창구 여직원들이 특별퇴직금을 받아 희망퇴직한 뒤 간혹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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