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눈물]하루 2000개씩 생겨나는 자영업 무덤(종합)
자영업 5명 중 1명, 月 매출 100만원 안돼
하루 3000명 개점하고 2000명씩 폐점
청년창업자·은퇴자 무한 경쟁
자영업자 대출 180조…경제뇌관
노점상은 식재료값 인상에 직격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오주연 기자]#치킨집을 운영하는 백모씨(40)는 지난달 1000만원 가량 적자를 봤다. 1억원의 대출을 받고 지난달 문을 연 박씨의 치킨집은 하루평균 10여마리의 치킨을 판다. 첫달 매출은 600만원에 달하지만, 월세 250만원과 대출이자,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한 푼도 손에 쥘 수 없다. 경기불황과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데다, 인근에 치킨집이 6개나 달하면서 손님이 분산된 탓이다. 여기에 닭을 튀길 때 사용하는 대두유는 최근 남미 홍수로 인해 종전 2만5000원대에서 3만원대로 치솟았고, 무 가격은 1년 전보다 2.2배나 올랐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백씨가 직접 저녁 배달에 나섰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치킨 수요마저 줄면서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백씨는 "이러다가 문을 닫을 판"이라고 우려했다.
◆불황에도 치솟는 임대료 = 치킨집 대출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치킨 공화국'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우후죽순 들어선 치킨집을 비롯해 취업을 못한 젊은층이나 은퇴한 직장인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몰려든데다 시장경기마저 악화되면서다. 대출금과 점포 임대료, 직원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서 한달에 100만원을 손에 쥐기도 힘든 상황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2015년 기준으로 세무서에 등록된 자영업 업소 479만개를 매출액으로 구분한 결과, 1200만~4600만원 미만이 30.6%(146만4000개)로 가장 많았다. 1200만원 미만도 21.2%(101만8000개)다. 자영업자 10명 중 2명은 월매출이 100만원도 안된다는 이야기다.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는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은 계속 증가하면서 자영업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는 지난해 10월 말을 기준으로 약 570만명에 달한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이미 하루 평균 3000명이 자영업체를 새로 차렸다. 매일 2000명은 사업을 접었다. 매일 1000명씩 자영업자들이 증가하는 셈이다. 자영업자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매장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나마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임대 종료로 다시 길거리로 내몰리기 일쑤다. 부동산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가 내놓은 연례보고서 '세계의 주요 번화가'를 보면, 지난해 명동 월 임대료는 ㎡당 93만7714원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비쌌다. 명동 임대료는 전년보다 6.3% 올라 상권 순위도 9위에서 한 계단 올랐다. 강남역 상권의 ㎡당 월 임대료는 7.3% 오른 72만2820원, 가로수길은 36만3025원이었다.
천청부지로 오른 임대료탓에 기존 자영업자들은 내몰린지 오래다. 가로수길에서 편집숍을 운영하던 박 모 씨는 "'핫한 상권'으로 불리며 수요가 늘자 보증금 및 월세는 3년새 3배 이상 올라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면서 "하지만 예년만큼 찾는 사람들이 적어 수개월째 적자를 내고 있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상권으로 꼽혀온 서울 홍대 주변이나 가로수길 마저도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경제 뇌관 부상 = 문제는 이들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빚을 내서 창업을 시작했는데 매출 감소로 빚부담이 가중되면서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ㆍ국민ㆍ우리ㆍ하나ㆍ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80조4197억원으로 2010년말 96조6396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15년 22조10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6조2506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자영업에 대한 대출 고삐를 죄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을 발표, 은행들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하도록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만드는 과밀업종ㆍ지역 선정 기준 등을 참고해 과밀지역 창업자에게는 가산금리를 매기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집 건너 치킨집이 들어설수 없도록 대출 제한에 나선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내수경제의 한축인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보다는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씨는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막는 정책보다 월세와 주류세를 포함한 원가 상승을 낮춰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면서 "자영업이 살아야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알바할껄"…月 150만원 손에 쥔 편의점주 = 자영업자 중에서도 편의점과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충은 더욱 크다. 시장포화에 경기불황, 물가상승 등까지 겹치면서 결국 손에 쥐는 건 최저시급도 안 된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백모씨는 올 들어서면서 일 매출이 90만원대로 떨어졌다. 월세와 주중ㆍ주말 아르바이트생 2명의 월급을 빼고 계산해보니 지난해부터 8시간씩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 백씨가 순수 가져가는 돈은 150만원 수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백씨는 "인근에 편의점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점점 장사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마다 들어서는 편의점으로 고객이탈이 가팔라지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시장은 매년 두 자릿 수로 성장하고 있지만, 역으로 가맹점주들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3만2000여개다. 최근 5년간 편의점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6%대이지만 점주들의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편의점 빅4 가맹본사의 매출액 총합은 2010년 6조7000억원대에서 2015년 14조5000억원대로 115.8% 급성장했지만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동안 5억600만원대에서 5억8800만원대로 16.2% 느는 데 그친 것. 연평균 매출 신장률이 3%에 불과한 셈이다.
경기도서 편의점을 하는 오모씨는 "최근 근처에 우리 매장보다 3배나 큰 경쟁 편의점이 생겼는데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타편의점은 다음주 문을 닫는다"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한숨을 지었다. 편의점보다 인건비, 임대료비, 가맹비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노점상들도 한겨울, 언 손을 불어가며 장사한 댓가만큼 돈을 벌어가진 못하고 있다.
특히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인들에게 식재료값 인상은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지난 13일 기준 당근 1kg당 가격은 평년보다 127.2% 오른 5766원, 무 1개는 127.5% 오른 2775원에 거래됐고 배추 1포기는 4108원, 양배추 1포기는 5122원에 거래됐다. 각각 평년비 88%, 113.2% 상승한 가격대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서 계란빵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연초부터 원재료 가격이 올라 죽을 맛"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도 감소해 거리에 인파가 절반은 줄었다"고 푸념했다.
계란빵 한 개에 2000원이지만 최근 계란값이 한 달 만에 50% 이상 올라 예전에 1개 팔아 남겼을 이윤을 지금은 3개는 팔아야 남길 수 있다. 그나마 장사도 안돼, 미리 만들어놓으면 추운 날씨에 행여 식기라도 할까봐 걱정만 쌓이고 있다.
신촌역 앞에서 분식을 파는 한 노점상인은 "어묵 국물을 우릴 때 쓰는 무, 김밥에 들어가는 계란, 샌드위치에 넣는 양배추 등 온갖 재료값이 다 올랐다"면서 "싸게 먹는 맛에 찾는데 가격을 200~300원씩이라도 올리면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떨어져나갈까봐 고생해서 장사하는 맛이 없다"고 한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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