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비가 오나 눈이 오는 날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둣가에 나가 해군 장병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병영생활상담관이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해군 1함대에서 지난해 7월부터 1년 6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박진미(45) 병영생활상담관이 그 주인공.
군에서 근무하기 전 경주교육지원청 복지관 등에서 10년 이상 상담업무를 해온 상담의 베테랑인 그는 함정이 출동 임무를 나가거나 입항 때마다 부두에서 장병들을 만나고 있다.
출항하는 함정의 홋줄(밧줄)을 직접 걷어주기도 한다. 흔치 않은 그의 행동에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던 장병들도 이제는 출ㆍ입항 때 박 상담관을 제일 먼저 찾는다고 한다.
"상담을 꺼리는 장병들이 많아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장병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자주 얼굴을 보면 상담관을 편하게 생각하게 되고, 상담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거나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그는 상담했던 장병들이 외출하거나 전역할 때 몇 명씩 모아서 부대 밖에서 밥을 사주기도 한다.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병이 있으면 같이 근무하는 함정의생활반장과도 만나서 식사하며 고충을 듣기도 한다.
한번은 막 함정에 배치받은 A 이병이 막연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 복통으로 부대 의무대에 입원한 적이 있다. 박 상담관은 이틀에 한 번꼴로 찾아와 A이병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정 근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도록 노력했다.
1개월간의 상담 끝에 A 이병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신의 의지로 함정에 복귀했다. A 이병 외에도 장교, 군무원들도 그를 찾고 있다.
1함대 광개토대왕함 부장으로 근무 중인 김영곤 중령은 "휴일이고 야간이고 가리지 않고 함정이 임무를 마치고 입항할 때면 한결같이 박 상담관이 부두에서 장병들을 반갑게 맞아준다"면서 "전입 초기에 함정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몇몇 장병들이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성실히 근무하게 되는 등 부대관리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담관은 "아들이 내년 초에 군대에 가게 될 것 같은데, 장병들을 보면서 정말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열심히 근무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군과 해병대에서 48명의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근무하고 있다. 앞으로 국방부정책에 따라 2017년까지 인원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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