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살인은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그 규모는 참혹하다.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은 아돌프 히틀러가 아닐까. 그가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학살한 유대인은 600만명이며 포로들과 정신질환자, 사회주의자, 동성애자 등까지 포함하면 1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 모두보다 100만명이나 많은 수를 죽인 것이다. 그런 히틀러가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다고 하니 악마는 어디든 출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그룹은 교사, 다른 그룹은 학생 역할을 맡겼다. 각 그룹에서 한 명씩 짝을 지어 학생 역할자들은 끈으로 의자에 묶었다. 양쪽 손목에는 전기충격기를 달았다. 교사와 학생 역할자 사이는 벽으로 가려져 있다. 교사 역할자는 문제를 내고 학생 역할자가 틀릴 때마다 15볼트씩 전기 충격을 높여 가하도록 했다.
사실 학생 역할자들은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을 아는 실험팀 관계자들이었고 가짜 전기충격에 고통스러워 하는 연기를 했다.
스탠퍼드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박사는 1971년 자원자들을 모집해 간수와 죄수 역할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간수 역할자들이 상황에 몰입해 죄수들을 독방에 가두고 벽 보고 서 있기 등 가혹한 방식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죄수 역할자들은 서로 의심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비굴하게 굴었다.
상황이 때로 인간을 얼마든지 악마로 만들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들이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더리더'에서 한나는 20대 때 지멘스 군수공장에서 일하다 나치 아우슈비츠수용소 감시원이 됐다. 그는 직무에 충실하려 했을 뿐이지만 유대인 학살의 공범이 되고 만다. "나만 그런가.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따위는 정상참작이 되지 못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박철응 금융부 차장 he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