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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혜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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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노래 ‘혜화동’은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대한 내용이다. 그 시절 추억을 공유했던 골목길에 대한 애틋한 기억,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에 대한 아쉬움….

삶에 치여 잠시 잊고 있었을 뿐 누구나 경험했을 만한 삶의 궤적인지도 모른다. 혜화동은 1988년 9월 동물원 2집 앨범에 실렸다. 세상에 공개된 지 28년이 흐른 셈이다. 동물원 2집 앨범에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별빛 가득한 밤에’ ‘길 잃은 아이처럼’ 등 호평을 받았던 노래가 많이 담겼다.
혜화동은 크게 히트한 노래로 보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노래다. 오랜 시간 혜화동이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세대를 초월해 공유하는 어떤 가치가 녹아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노래는 제목부터 독특하다. 왜 혜화동일까.

흔히 혜화동이라고 하면 대학로를 떠올리게 된다. 수많은 청춘의 사연이 녹아 있는 그곳, 여러 카페와 공연장에서 젊음을 노래했던 공간. 하지만 노래 혜화동의 가사에는 이른바 ‘대학로의 추억’은 담겨 있지 않다. 잔잔한 음색으로 어느 골목길 인연을 전할 뿐이다.

지난해 12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끌면서 혜화동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가수 박보람이 리메이크한 ‘혜화동(혹은 쌍문동)’이 그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등장한 탓이다. ‘응팔’은 세대를 넘어 사랑을 받은 드라마다. 40~50대 중년은 1988년 그 시절의 추억에 빠져 드라마에 몰입했다. 10~20대는 젊은 주인공들이 써내려간 청춘의 사연을 자기들의 얘기로 느꼈다.
골목길 이웃사촌이었던 철부지 고교생들은 각자의 인생 항로를 선택하며 그 공간을 떠나게 된다. 아울러 동네 재개발 공사와 함께 골목길은 어느새 인적이 사라진 휑한 공간이 돼 버렸다.

노래 혜화동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이유는 누구나 공감할 어떤 ‘상실’을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평생을 간직하고 싶은 추억, 그 기억을 공유했던 이들, 이제는 만나기 어려운 인연에 대한 아쉬움이 ‘공감의 끈’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끔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화려하게 변화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소중한 것들을 마구 훼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중 하나가 골목길 아닐까. 거대한 빌딩 숲과 아파트 단지는 수많은 이들의 추억이 녹아 있는 골목길을 삼켜버렸다.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인연의 체취도 함께 녹여버렸다.

개발의 흐름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윤에 눈이 멀어 마구잡이 개발을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28년 전 ‘개발의 시대’에 등장했던 어떤 노래의 메시지, 우리는 그 경고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류정민 산업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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