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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DOC의 '미스박'논란, 촛불 와중에 스며든 여혐의 그림자

최종수정 2016.11.30 17:33 기사입력 2016.11.30 17:30

[뉴스의눈]국정농단 핵심인물이 줄줄이 여성인 점도 작용…권력조롱에, 해묵은 '성적인 경멸'이 파고들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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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지난 26일 촛불집회에 예정됐었던 DJ DOC의 공연이 주최 측의 ‘불가’ 통보로 무산됐었다. 이들이 무대에서 부르려던 곡 ‘수취인분명(미스 박)’에서 ‘미스 박’이란 표현이 여성혐오 논란의 단초가 되며 페미당당, 강남역 십번출구와 같은 페미니스트 단체의 보이콧 움직임이 커지자 주최 측에서 공연을 철회한 것.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정유라와 장시호, 최순득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다수가 여성이란 점을 들어 래퍼 산이의 ‘나쁜년(BAD YEAR)’, DJ DOC의 ‘수취인분명(미스 박)’ 등 해당 인물에 대한 비판에 앞서 성차별적 비난이 주를 이룬, 이른바 ‘여혐’메시지를 담은 음원이 발매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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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부터 아가씨에 이르기까지 호칭에 담긴 시선
본래 영어에서의 ‘미스’, 불어에서의 ‘마담’은 그냥 미혼 여성, 중년 여성을 이르는 호칭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해당 단어가 갖는 의미는 다층적이되 명백히 부정적이다. 유흥업소 종사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남성이 주로 ‘미스’ 또는 ‘마담’이란 호칭을 사용한 탓에 해당 업종 종사자를 연상시키는 의미가 투영된 이후 발화자보단 청취자 입장에서 단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됐고, 이러한 호칭 문제 또한 성희롱의 연장 선상에서 빈번히 다뤄지게 됐다. 금번 DJ DOC 공연 무산 역시 노래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앞서 전제된 호칭에 투영된 여성혐오의 시선이 명백했기 때문에 반발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DJ DOC는 촛불집회 공연이 무산되자 멤버 이하늘은 현장에서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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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존재이되 공적 존재가 될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DJ DOC의 시선은 과거 2004년 멤버 이하늘이 여성댄스그룹 베이비복스의 앨범 수록곡을 비난했을 때의 원색적 입장과 너무도 닮아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창녀와 여배우-대중 문화 속의 여성이미지>에서 “여배우들은 ‘공공의 존재’이지만 결코 ‘공적 존재’가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공/사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사적인 스캔들은 치명적이고, 공적으로 쌓아올린 커리어를 일거에 무너뜨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제(29일)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정치인생) 18년’을 언급했는데, 이는 극단적 평가가 오가는 전임 대통령의 영애 출신으로 거대 정당을 위기에서 구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란 호칭을 얻은 바 있었던 한 정치인의 지난한 시간에 대한 스스로의 회한이었겠으나, 담화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는 ‘길라임’으로 대변되는 각종 미용시술에 대한 의혹과 그간 그녀에게 덧씌워진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자애로운 이미지에 속았다는 배신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그녀가 회피하고 있는 일련의 사안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나, 중견 정치인으로서 그녀가 쌓아올린 커리어는 ‘최순실’이라는 사적 스캔들로 일거에 무너졌다. 물론 이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순간에 ‘여성’임을 내세워 자리를 피하고, 여성의 섬세함과 배려가 필요했던 순간엔 차가운 정치인의 입장을 견지했던 그녀의 과오가 초래한 결과였겠으나 그 직의 무게가 너무도 무거웠고, 저지른 잘못 또한 너무 커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대한민국을 뒤덮어버렸다.

고건 전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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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도 기분 나쁜데

한편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분노와 별개로 그 표현에 무의식적으로 삽입되는 여성혐오적 메시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 16년 전 직접 여직원에 미스 호칭을 삼가라 지시했던 고건 전 시장의 일화가 화제가 됐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그는 “미스, 미스터가 영어권에서는 존칭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의미가 달리 쓰인다”고 설명한 뒤, “나도 사무관 시절 ‘미스터 고’라고 부르면 기분이 나빴는데, 여직원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이제 사고를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여직원에 대한 호칭을 바꿀 것을 직접 지시한 내용이 기사를 통해 남아있어 트위터리안 사이에 ‘선구자’로 회자됐다.


남자는 모두 미스터, 여자는 미스 또는 미세스

영미권에서도 여성 차별적 호칭인 ‘미스’에 대해 반론이 제기된 바 있다. 남성의 성 앞에는 일괄적으로 미스터가 붙지만, 여성은 미혼일 경우 미스, 기혼일 경우 미세스로 표기하는 것에 왜 여성만 혼인 여부를 밝혀야 하는가에 대한 성차별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여성에게도 공통적으로 미즈 (MS)라는 호칭을 붙이자는 의견이 등장, 이 단어는 197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정식 단어로 인정, 수록됐으나 당시에는 널리 사용되지 못하다 최근에는 비교적 많이 사용되는 상황이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기형도의 시 ‘빈집’ 중에서


겨울안개가 내려앉은 청와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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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라는 호칭에서 촉발된 일련의 사태는 한결같이 책임을 회피하는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분노의 작은 편린일 뿐이다. 들으려 하지 않는 이에게 촛불의 함성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외침이며, 감당 못 할 자리는 ‘내 것이 아닌 열망’이어야 했지만, 그녀가 공고히 쌓아 올린 커리어는 상당 부분 그녀의 부모로부터 편취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이뤄져 왔고, 결국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고야 말았다. 하지만 어지러운 시국이 아무리 원망스럽다 해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여성혐오적 시선을 덧씌운 풍자로 치환한 뒤 정의 운운하는 것은 너무도 저열한 행태에 불과하다.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맨눈’이 간절한 때이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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