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12월13일부터 공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배우 이순재(82)가 데뷔 60주년 기념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아서 밀러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순재가 늘 애착을 보이던 작품으로, 직접 가르친 제자들과 함께 원작 그대로 공연할 예정이다. 28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순재는 "햇수를 세고 따지는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런 기념 공연을 하게 됐다. 일이 커져 버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1978년에 처음으로 이 작품을 했는데, 당시에는 너무나 어려운 작품이었다. 나이도 어렸고, 연기도 완성되지 않았고, 이해 못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는데, 워낙 이름난 작품이어서 흥행성적은 괜찮았다"며 "2000년에도 또 같은 작품을 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하고 싶어서 그동안 놓쳤던 부분들을 살려 2시간 40분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미 아서 밀러의 여러 작품을 출연했던 이순재는 "'밀러'는 미국을 대표하는 20세기 최고의 작가"라며 "특히 '세일즈맨의 죽음'은 가족 내의 부부관계, 모자관계, 형제관계 등의 묘사에서 우리 정서에도 잘 맞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1978년도에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세월이 갈수록 새로 작품의 의미를 알게 됐다. 상징적인 부분에서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수 연출은 "많은 연출가들이 '자본주의 속에서 생산요소로 무너지는 인간'이라는 해석을 많이 선보였는데, 여기에 중점을 두면 인물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비정한 사회에서 한 인간이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지를 고민하는 아빠의 모습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한태숙 연출의 공연에서 '찰리' 역을 맡았던 중견배우 이문수가 이번에는 윌리 로먼의 형, '벤 로먼' 역으로 캐스팅됐다. 이문수는 "대선배의 행적을 기리는 뜻깊은 공연에 참여하게 돼 대단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찰리' 역을 맡은 맹봉학도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의 아들을 맡은 '비프'와 '해피' 역은 모두 이순재 배우의 제자들로 캐스팅됐다. '비프'는 김기무와 이무생이, '해피'는 유정석과 라경민이 출연한다. 라경민은 "6~7년 전에 '리어왕' 공연 때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공연 마지막 날 선생님이 오셔서 '아쉽냐'고 물어보너디 한 말씀 해주셨다. 프로가 되면 아쉬울 새도 없이 또 다른 것을 하고 있을 거라고. 선생님께서 그런 마음으로 60년을 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연극하는 후배들에게 이순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연극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처절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나는 10년 동안 출연료도 못받다가 1978년에 '세일즈맨의 죽음'을 하고 처음 돈을 받아봤다. 연기는 쉽게 이뤄지는 작업도 아니고, 평생을 해도 안되고,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연기는 완성이 없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 문화융성이 문화말살이 돼 버린 시대지만,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2월13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