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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걸 칼럼]경제정책의 여유공간을 만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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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걸 세명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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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고 국내로는 '최순실 게이트'로 한 치 앞도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대내외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경제정책의 중요성은 커진다.

단기로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으로 투자·소비 심리위축에 대응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단기대책과 함께 국가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중장기 계획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경제발전의 큰 기둥 중 하나가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역할이다. 1962년부터 출발한 5개년 계획은 1992~97년 제7차 계획을 끝으로 민간주도 경제발전모델을 채택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종합개발계획을 무엇이 대체했으며, 그 적절성, 성과 등에 대한 평가는 미흡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엇이 대체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먼저 각 부처의 분야별 계획이 만들어졌다. 부처중심으로 계획이 수립되다 보니 재정의 뒷받침이 부족하고 관련부처 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실행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나 언론도 부처의 희망사항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도 예전에는 정부 계획을 중심으로 주요 기간산업에 대한 사전 금융지원을 통해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보기 어려운 중화학공업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부실기업 정리 등 사후 처리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아쉽다. 많은 국가가 불평등과 이에 따른 분노에 힘들어한다. 경제를 시장에 맡겨놓음으로써 효율성은 커졌을지 몰라도 부의 불평등은 더 악화되고 있다.

또 오랜 기간 산업화와 부의 축적이 이뤄진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그동안 운 좋게 이어온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지 못해 성장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nut cracker) 신세가 된 한국은 그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대부분이 기존 기술의 생산기술 우위에 따른 것이다. 성장이 민간주도로 이뤄짐에 따라 성장을 주도한 몇몇 대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바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최근 현대자동차 수출부진,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리콜사태 등으로 전반적인 경기흐름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조선·해운 등 부실기업 정리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나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 언론, 국민의 시각이 매우 차갑다. 수출이 오랜 기간 감소되고 있어도 뚜렷한 대책 마련이 없다. 예전 같으면 민관합동점검회의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지만 요즈음은 그러한 적극적인 모습을 찾기 어렵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기업, 경제부처 등이 힘이 빠져 있다.
월드컵축구에서 국가대표팀이 경기에 지고 있거나 졸전을 벌일 때 많은 국민은 선수기량, 정신상태 등을 비난하고 모든 것을 감독, 선수의 잘못으로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은 그 당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베스트였을 것이다. 다만 상대방이 우리보다 더 나은 기량을 가졌고 우리 선수들은 최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을 믿고 격려해주고 다양한 전술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경제부처 공무원과 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새로운 정책 수립 또는 과감한 정책 전환을 시도하기 전에 실패와 책임이 경제부처 공무원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한 우리의 발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이들을 다시 뛰게 해야 한다.



이용걸 세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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