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4일 이사회에서 커넥티드 카와 오디오 전문기업인 하만 인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80억달러로(약 9조3500억원),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이번 하만 인수로 인포테인먼트 분야는 단숨에 시장 1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특히 반도체 부문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카를 위한 차량용 반도체 사업 확대가 전망된다”며 “IM부문은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와 하만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연동해 스마트 기기 간 연결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만은 오디오보다 커넥티드 카가 매출 비중이 더 큰 회사”라며 “하만의 3대 고객은 BMW, 피아트 크라이슬러, 폭스바겐으로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음에도 보수적인 자동차 고객을 새로 확보하기 힘들었는데, 하만을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내 IT 활용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IT 메이저 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IT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기계 및 하드웨어의 부가가치가 감소하는 대신 IT 및 소프트웨어로 부가가치가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적극적인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990년대 중반 미국 PC업체 AST 인수한 것이 실패로 끝나면서 삼성전자가 한동안 비교적 규모가 작은 M&A만을 진행해왔었기 때문에, 이번 하만 인수가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간 미국 삼성GIC를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M&A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오면서 ‘메가딜’의 가능성을 높여왔다”며 “과거 실패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향후 M&A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개연성도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하만이 JBL, AKG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보한 오디오 전문 업체인 만큼, 향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및 가전제품에 하만의 음향 기술이 접목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고급화와 차별화가 가능해지고, TV에서도 해당 기술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록호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고급화로 안드로이드 진영 안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TV부문에서도 홈씨어터 등 고급화 전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